“존재만 하는 위력은 없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사건 2심 대응 기자회견

 

 

–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경과보고(발표: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 1심 판결의 문제점 및 항소심 재판에서 기대하는 것(발언: 정혜선 피해자 변호인단 변호사)

– 정치하는 남성, 통치받는 여성: 성별화된 정치권력과 성적 위력(발언: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활동가)

– 비정규직 노동자 김지은의 생존권은 사업주 안희정이 쥐고 있었다(발언: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

– 댓글에서 법정을 거쳐 언론으로 간 2차 가해(발언: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피해자다움’은 피해자의 증언을 어떻게 가로 막는가?(발언: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사무국장)

– 언론은 성폭력보도를 통한 2차 피해 당장 중단하라(발언: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공대위 향후 활동계획(발표: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존재만 하는 위력은 없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 제12)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의 1심 재판부(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 제11, 부장판사 조병구)는 지난 814일 안희정 피고인에게 검사가 제기한 10개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무죄판결을 내렸다. 해당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업무상 상하관계(위력)가 인정되지만, 피해자의 진술 등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위력으로써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실을 증명할 만하지 못하고, 강제추행에 대해서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죄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이에 검찰은 항소를 제기하였다. 1심 판결이 대법원의 업무상 위력에 대한 일관된 법리에 어긋나게 범죄 성립 범위를 축소하여 법리오해가 있고,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 검증은 하지 않고 피해자의 행동에 대해 사실관계의 확인 없이 잘못된 판단 등을 했다는 이유였다.

 

1심 재판부의 무죄판결은 가해자들에게 위력을 이용한 성폭력 허용하는 면허를 발급한 셈이었다.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폭력를 고발한 피해자들에게 절망감과 무력감을 안겨주었으며,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재판의 결과는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유명 정치인의 권세와 영향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피해자는 검찰조사에서, 법정에서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피해 사실을 진술했으며, 피고인의 정치적,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이 미치는 구체적 정황도 제시했다. 피해사실을 알리고 난 이후에 2차 피해가 심각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과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는 피해자가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피해사실을 알릴 수 밖에 없는 충분한 사정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성인지 관점을 운운하면서 실상은 피해자의 증언을 배제하고,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피고인 안희정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다. 성폭력 사실이 알려진 직후의 해명과 검찰조사시 발언, 재판에서의 피고인 측 변호인 주장까지 스스로 번복해온 바에 대해서 재판부는 질문하지 않았고, 확인 없이 판결했다. 2심 재판에서는 반드시 피고인에게 질문해야 한다.

 

안희정은 스스로 답변해야 한다. 위력은 존재했지만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사가 손쉽게 판결내려준 것이 1심이었으나, 피고인이 일상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왔는지, 일을 시작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여성 수행비서에게 행한 행동이 위력과 권력과 무관한 것인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피고인은 지위를 이용한 횡포와 갑질을 밥먹듯 저질러 왔음에도,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람이었다고 주장하며, 합의하에 성관계한 적은 많아도 위력을 이용해서 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으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닌가. 재판부는 이 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피해자는 9개월 동안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을 유지하며, 증빙을 제출하며, 증언하며 살고 있다. 미래의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하루하루 일상을 저당잡히고 피고인에 대한 합당한 처벌에 희망하며 살아간다. 또한 피해 사실을 사회적으로 알린지 하루만에 시작된 피해자에 대한 집요한 음해와 비난, 측근을 통해서 유포되었음이 밝혀진 2차 피해로 인해 일상적 인권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 또한 재판부가 피해자의 처한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안희정 사건 1심 판결 이후 성폭력과 권력에 취약한 우리 사회의 바닥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동시에 평택대 총장 사건, 에티오피아 대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 등 위력으로써 저지른 성폭력에 대한 1심 유죄판결도 이루어졌다. 우리는 똑똑히 지켜본다. 안희정과 같이 정치, 사회, 경제적 권세를 가진 대표적인 인물의 사건에서, 재판부는 무엇을 고려하고 무엇을 배제하려고 하는지. 위력을 행사하여 여성노동자를 성폭력하는 것을 전혀 문제시 하고 있지도 않은 현실에서, 그것을 용기있게 고발한 피해자의 말을 어떻게 듣는지. 사회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끔찍하게 퇴행하거나 권력을 유지시킬 것인지, 우리는 똑똑히 지켜본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지지하는 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고 있다. 1심 재판부의 법리오해, 사실오인, 성인지 감수성 부재 등으로 무죄판결의 내렸다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바로잡고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한다.

 

2018.11.21.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 본 글은 사단법인 평화의샘 홈페이지 해킹으로 2019.04.09 재업로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