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사건기자회견 발언4_수사·사법기관은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바로 잡아라

 

수사·사법기관은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바로 잡아라

 

최나눔, 한국여성의전화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활동가 나눔입니다.

 

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게 왜 옷을 그렇게 입고 다녀?”

남자랑 술 마셨네요? 본인이 술 마시러 갔고, 귀책사유가 있잖아

 

본 내용은 2017년에 한국여성의전화가 진행한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해시태그 캠페인에 참여한 피해자들이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들은 증언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성폭력 피해 여성들은 나 말고 다른 성폭력 피해자가 생길 것을 막기 위해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며 용기를 내서 사건을 진행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수사·사법기관은 끊임없이 성폭력 피해자의 말을 의심하며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본 사건의 경우 역시 경찰은 클럽에서 일어난 일이 사건이 되겠어요?”라고 말하며 성폭력 피해를 사소한 일처럼 여기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공판검사조차 클럽에서의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에서 이길 수 없다라며 수사에 대한 의지 없음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만취로 항거불능 상태임은 분명하나 준강간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은 배척되고 모텔에 가기 전 이미 성관계에 동의했다라는 가해자의 진술은 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재판부는 자신의 경험이 성폭력 피해였음을 말하고 있음에도 피해자의 말이 아닌 가해자의 입장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는 함께 술을 마시거나 클럽에서 만난 관계는 당연히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라는 성폭력에 대한 몰이해와 잘못된 통념으로부터 기인한 것입니다. 수사·사법기관의 이러한 태도는 가해자의 죄를 면해줌으로써 여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강화하고 확산하여 성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법적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피해로 인한 고통과 사회적 비난, 해결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가해자의 편에 서서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을 중단하십시오. 수사·사법기관은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으십시오.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문제를 각성하여 반드시 쇄신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성폭력 가해자를 명백히 처벌함으로써 이 사회가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할 때입니다. 재판부는 성폭력을 고발해 온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