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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성폭력사건 유죄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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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단법인 평화의샘 작성일20-11-20 12:59 조회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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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해군성폭력사건 유죄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함께 연대했습니다.

아래 발언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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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서 흘러간 2년은 피해자에게도 흐른다


- 일시 : 2020년 11월 19일 목요일 오전 11시 
- 장소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 
- 주최 : 해군상관에의한성소수자여군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사회 : 유호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 

 

● 발언 
1.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경과 및 공대위 활동 보고  
: 오소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2. 군대의 상명하복 문화에서 ‘저항’이란 가능한 것인가? 
: 박지영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3. 피해자의 성정체성 삭제하고, ‘피해자다움’ 강요한 재판부 시대착오적인 판결 바로잡아라! 
: 정소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활동가) 
4. 성폭력 가해자가 더 뻔뻔하고 당당할 수 있는 해군 
: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 
5. 피고인의 방어권과 감형 전략, 법원은 대체 언제까지 수수방관할 것인가? 
: 성폭력 생존자의 말하기를 조각내는 사설 진술분석센터 문제 :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 
6. 1만여 명 현역 여군들의 미래가 걸린 대법원 판결! 
: 김은경 (젊은여군포럼 대표) 
7. 피해자 글 대독 
: 강현숙 (젊은여군포럼 회원, 전 양성평등상담관)

 

발언1.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경과 및 공대위 활동 보고
: 오소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먼저 해당 사건의 개요에 대해 브리핑하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0년, 두 명의 남성해군 간부가 성소수자인 부하 여군에게 성폭행을 저지르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해당 사건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다 2016년 군 수사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성폭행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두 명의 가해자 중 최초가해자는 2018년 5월,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고, 2차 가해자는 2018년 4월,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최초가해자와 2차 가해자는 2심 재판인 고등군사법원에서 각각 2018년 11월 19일과 2018년 11월 8일에 무죄 판결을 받고 현재 대법원에 상고되었습니다. 최초가해자의 무죄 판결 이후 정확히 2년이 흐른 지금, 대법원은 여전히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공대위는 고등군사법원의 시대착오적 판결을 규탄하고, 대법원의 상식적인 판결을 촉구하며 언론 기고 및 카드뉴스 제작, 탄원서 조직, 의견서 제출 등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군사법원의 구조적 문제와 성인지 감수성의 부족, 성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피해자의 위치와 상황의 이해에 대한 필요성, 대법원 판결이 군 내 성평등 문화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내용으로 7편의 언론 기고와 카드뉴스를 제작해 대중들에게 무죄 판결의 부당함을 알렸고, 관련 내용으로 대법원에 10여 건이 넘는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군사법원의 무죄 판결에 수많은 시민들도 함께 분노해주었습니다. 공대위는 시민들과 함께 ‘서울함공원’에 방문하여 함정의 특성을 살피고 사건 쟁점을 나누는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고, ‘판결문 다시 쓰기 워크샵’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2심 판결의 쟁점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판결문을 다시 써보는 활동을 진행하여 그 결과물을 대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고등군사법원의 2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고 대법원의 원심 파기 결단을 촉구하는 탄원서에는 13,073명 (11/13 기준)이 참여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죄 판결에 분노하며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 전, 피해자는 10년 전 겪었던 피해 사실과 관련하여 피해 경험과 감정을 담은 10페이지 가량의 글을 대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에서 흘러간 2년은 피해자에게도 흐릅니다. 군 사법체계 속에서 이제까지 고통받으며 이 긴 시간을 견뎌온 피해자에게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의 분노와 기대감에, 이제는 대법원이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발언2. 군대의 상명하복 문화에서 ‘저항’이란 가능한 것인가?
: 박지영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지난 2018년 11월, 이 사건의 2심인 고등군사법원은 해군 함정에서 여군 부하에게 성폭력을 가한 상관 가해자 2명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직속 부하에게 강간과 강제추행죄를 저질렀음에도 '반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 없었기 때문에 무죄라는 것입니다. 즉, 저항하지 않아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는 상명하복 규범이 강한 해군 군대의 문화와 피해자가 처해 있던 해군의 근무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결입니다.
 
많은 국민이 아는 대로 군 조직은 전쟁 수행을 목적으로 전장의 혼란을 통제하기 위해 상관에 대한 상명하복 즉, ‘명령 불복종’에 대해서는 군형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전시 상황에서는 사형을, 평시에도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정도로 엄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해군 장교가 되기 위해 경쟁률이 치열한 선발시험을 통과한 후 '장교 양성 교육'을 마치고 처음으로 근무하게 된 배에서 일어났습니다. 군의 위계질서가 몸에 밴 '중위' 피해자가 '소령'인 직속 상관 1차 가해자와 배의 총괄자인 함장이자 '중령'인 2차 가해자에게 느꼈을 절대적 위력은 상상 그 이상일 것입니다.
 
피해자가 당시 탄 배는 길이가 약 103m, 그리고 폭이 약 12m에 대포와 어뢰 그리고 미사일까지 탑재하고 있어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협소하였습니다. 그 작은 공간에 150여 명의 해군이 근무하는데, 그중에 피해자와 같은 직책인 장교는 10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장교가 생활하는 공간은 부하인 병사, 부사관들과 분리되어 있어서 사관실을 중심으로 생활하였고, 업무공간이 통합된 사관 구역이 곧 사무실이자 지휘통제실이고 24시간 밀착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2심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으므로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면서 가해자의 위력을 무시하였습니다. 2심 재판부는 ‘상관 복종의 의무’가 존재하는 군대의 문화 또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인’인 피해자가 ‘저항’이라는 것이 가능했을까 되묻고 싶습니다. 군대의 상명하복의 문화에선 저항 자체가 불가능하며, 상관의 명령이 불가침인 곳에서 그 위력은 자체로 폭행 협박과 같습니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을 하였느냐' 묻는 것은 ‘저항할 수 없는’, ‘폭행과 협박’이 존재해야만 강간이라고 보는 최협의설에 입각한 해석 때문인데 이러한 최협의설에 의한 해석은 일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성폭력과 매우 동떨어져 있습니다.
 
최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에서 2019년 1월~3월까지 접수된 강간(유사강간포함) 상담사례 통계 분석 결과,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이 발생한 성폭력 사례는 71.4%(735건),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행사된 성폭력 사례는 28.6%(295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71.4%를 차지하는 현실의 성폭력은 1)피해자와 가해자와의 힘 또는 권력의 차이 2)저항을 할 수 없는 피해자의 취약한 상황을 이용 3)상습적인 학대에 노출되어 저항이 불가한 경우 등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없이 일어납니다.
 
현실이 이러 할지인데 한번 항해하면 20일 이상을 바다 위의 좁은 배(함장) 안에서 직속 상관, 함장의 최고 책임자와 함께 항해하는 피해자는 어땠을까요? 상상이 가십니까? 피해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중에 협박이나 보복이 두려워 거부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거부랄 게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개를 돌리는 것뿐이었다'. 그러한 환경에서, 그 상황에서 피해자는 '최선의 저항'을 한 것입니다.
 
고등군사법원은 그 당시 피해자를 둘러싼 환경,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맥락들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임관한 지 1년도 안 된 여군이었던 점, 가해자들과 피해자의 명백한 권력 관계, 그러한 권력으로 인해 저항할 수 없었던 피해자의 상황, 피해자가 성소수자였던 점, 신뢰하는 최고 책임자인 함장에게 직속 상관에 의한 피해사실을 고발했으나 함장에게도 다시 피해를 입게 된 '맥락'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피고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해야 합니다. 본인이 해군 상관으로서 갖고 있는 지위와 권력을 스스로 인식하였는지, 직속 부하인 피해자에게 성적 행위를 할 때 '동의'를 구하였는지, 위의 성폭력 피해를 힘겹게 고발한 피해자의 신뢰를 악용하여 함장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방기하지 않았는지. 대법원에게 저항할 수 없는 폭행·협박 유무를 따지며 낡은 최협의설에 입각한 판결을 한 고등군사법원의 부끄러운 판결을 기각하고, 정의로운 판결로서 화답하길 강력히 촉구합니다.

 

발언3. 피해자의 성정체성 삭제하고, ‘피해자다움’ 강요한 재판부 시대착오적인 판결 바로잡아라!

: 정소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활동가)
 
미투 운동 당시 수많은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왜 이제야 신고를 했느냐” “왜 기억하지 못하느냐” 등 피해자 본인을 의심하고 비난하는 질문들을 받아야 했습니다.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 신빙성 있다’며 각각의 가해자들에게 징역 10년과 8년형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인 군사고등법원은 피해자 진술 토씨 하나하나 따지면서 ‘전적으로 피해자의 기억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가해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남성인 가해자가 저녁에 독신 숙소로 불렀을 때 여성인 피해자가 이에 응했다면 찾아갈 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티타임을 갖자는 말이 자신의 숙소에서 자고 가라는 의미로 이해됐을 것이다’라며 가해자에 감정이입한 듯한 문장들을 적시했습니다.
 
재판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재판부는 왜 기준도 없이 피해자를 의심하면서, 가해자들의 거짓말과 반복된 진술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 것입니까?
 
고등군사법원은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체적 차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진 명확한 권력의 차이,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군대’의 조직문화 등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의 성적 지향 또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들은 범행 전 피해자와의 신상 면담을 통해 피해자가 성소수자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성소수자’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군대 체계에서, 피해자는 직속상관‧지휘관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혔습니다. 성소수자 여군으로서 보호가 필요하며, 성소수자가 겪게 될 불합리한 처우에도 ‘나 자신으로서’ 복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남자랑 관계를 안 해 봐서 그런 것이다. 남자 경험을 알려주겠다’며 성폭력을 가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성적지향을 인정해 판결문에 인용하며 가해자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인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의 성 정체성과 관련한 내용을 삭제하였습니다.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성정체성을 알고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피해자가 ‘가해자가 피해자의 의사를 오해할 여지가 있으므로 가해자에게 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성 정체성을 부정했습니다.
 
가해자 2심 무죄 판결은 내린 고등군사법원은 말합니다. 장병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군사법의 ‘정의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묻고 싶습니다. 그 권익에 ‘성소수자’이자 ‘여성군인’의 권익,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정당한 판결은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까?
 
가해자 무죄 판결이 나고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재판부는 언제까지 본 사건을 외면할 것입니까?
사건을 바로잡을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성정체성을 이용한 성범죄에서 피해자의 성적 지향을 배제하고, 실체 없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며 성폭력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은 고등군사법원의 시대착오적인 판결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

 

발언4. 성폭력 가해자가 더 뻔뻔하고 당당할 수 있는 해군
: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
 
충격적인 무죄 판결 후 2년, 피해자에게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습니다. 피해자분은 사건 전으로, 또 사건 후로도 변함없이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며 군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해군 함정 병과의 장교로서 배로 돌아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사이 가해자들의 행태는 어떠하였습니까? 1심 후 각각 10년, 8년의 징역을 선고받고 구속되어 있었던 가해자 A소령, B대령은 2심 판결 후 곧바로 해군에 복직 신청을 하였습니다. 무죄를 받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2심 재판부는 ‘진술 갈라치기, 진술 쪼개기’를 통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의사를 오해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등 황당무계한 이유를 들어 범죄자의 손을 들어주긴 하였으나, 범죄의 사실이 아예 없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해당할 수는 있겠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무죄라는 것은 결국 법리에 대한 2심의 판단인 것이지, 죄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해군은 가해자들을 기소 휴직 처리만 해둔 상태로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 처리 훈령」에 따르면 성폭력 사건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징계권자는 반드시 징계 의결을 요구하여야 하며, 수사기관에서 혐의없음 또는 죄가 안됨 결정이 있다 하더라도 징계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징계가 가능합니다. 특히 성폭력의 경우 징계 양정 기본 사항이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인데, 피해자가 군형법상 부녀 – 즉, 여군 및 여성 인력 – 인 경우와 상급자의 지위를 이용한 폭력에 대하여서는 더욱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처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가해자를 엄단하긴커녕 기한 없는 기소 휴직으로 가해자들의 군인 신분을 연장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가해자들은 일정 수준의 봉급을 ‘해군’으로부터 받으며 피해자를 옥죄는 탄원서 취합, 악의적인 의견서 제출, 피해자의 신상이 담긴 자료에 대한 언론 제공 등을 일삼았습니다. 2019년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대령의 봉급 수준은 1억 1천만 원입니다. 가해자 B대령은 파렴치한 성범죄 가해자 신분으로 가만히 있으며 연 5천만원 상당의 봉급을 수령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피해와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2차 피해까지 감내하며 피해자는 군 생활을 어렵게 이어나가고, 되려 가해자는 호시탐탐 복직의 기회만 노리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은 비단 피해자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2020년 10월 23일 송기헌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 ~ 2020. 6.) 성폭력 관련 범죄로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909명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106명인데, 장교 신분으로 재판을 받은 119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9명, 7.56%에 불과하였습니다.
 
동일기간 성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장교는 총 444명인데, 징계 항목의 구분 없이 파면 징계는 5년간 16명, 해임은 57명에 그쳤습니다. 총 징계 중 성폭력 징계 비율을 감안한다면 실제 성폭력으로 파면, 해임징계를 받은 인원은 훨씬 적을 것입니다. 이중 피해자가 복무하고 있는 해군에서는 5년간 성폭력 징계는 단 35건, 총 징계 중 파면 징계는 단 한 건에 그쳤습니다. 이 1명도 성폭력으로 인한 조치인지는 불명확합니다.
국방부는 성범죄 군인에 대하여 ‘무관용 중징계’를 도입한다고 2015년부터 외쳤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위의 통계에서 군사법원에서 성범죄로 재판을 받은 장교 중 실형을 제외하고 벌금,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인원은 72명인데, 동일기간 모든 징계 항목을 통틀어 파면, 해임을 받은 인원과 수가 다르지 않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범죄자들이 군에서 ‘제 식구 감싸기’ 식 감면을 받고 있는 것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버티며 군 생활을 하는 피해자는 같은 식구, 같은 전우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2019년 국방부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응답자 중 성폭력 피해 발생 후 기관에 보고 또는 신고한 수가 32.7%에 그쳤습니다. 보고하지 않은 나머지 응답자들은 미보고(신고) 사유로 ‘아무 조치도 취해질 것 같지 않았다. (44%)’라고 답하였습니다. 이 통계의 답변은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위치를 그대로 대변해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아무것도 조치되지 않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가해자는 군 생활을 잘만 영위하고 피해를 당한 나만 망가진다는 것을 피해자들에게 알려준 것은 다름 아닌 가해자를 비호하고 피해자를 방치해 온 군 사법 체계와 국방부 그 자신입니다.
 
대법원에게 요구합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 뿐 아니라, 군대 내 모든 성폭력 피해자, 또는 피해를 겪고 이제는 군을 떠난 피해생존자들을 위해서라도 이 사건은 반드시 뒤집어져야 합니다. 더이상 가해자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개선장군마냥 군대로 돌아와 당당한 척 군 생활을 이어나가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가해자와 군대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엄단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법원의 정의로운 결정을 촉구합니다. 

 

발언5. 피고인의 방어권과 감형 전략, 법원은 대체 언제까지 수수방관할 것인가?
: 성폭력 생존자의 말하기를 조각내는 사설 진술분석센터 문제
: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
 
많은 성폭력 가해자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피해자가 아닌’ 재판부에게 매일 매일 빼곡하게 적은 사과문을 제출하여 반성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피해자가 아닌’ 성폭력상담소들에 일방적으로 입금하고 후원했다는 내역을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형을 감해 달라고 호소합니다. 판결을 앞두고 결혼을 하는 등 새 가족을 꾸려 가장의 책임감을 이해해달라 읍소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보입니다. 많은 성폭력 가해자들이 자신이 저지른 성폭력 사건과는 무관한, 혹은 상식적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감형전략을 만들어내고 서로 공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들은 이러한 다양한 방어 및 감형전략에 “값비싼 꼼수”를 더해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설 진술분석센터의 <진술분석보고서>입니다.
 
1심의 판결을 뒤집은 2심 선고 직전, 본 사건의 두 가해자들이 사설 진술분석센터에서 작성한 <진술분석보고서>를 고등군사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 변호사 시장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와중에, 고가의 <진술분석보고서> 역시 성폭력 가해자들을 주 수요층으로 삼아 전략 상품으로 홍보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술분석은 실제 경험한 사건에 대한 진술과 허위로 꾸며내거나 상상에 의한 진술 사이에는 그 내용과 질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진술인의 진술이 진실한지 여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입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아동이나 지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의 타당성을 입증하는데 활용되어 왔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3조(전문가의 의견 조회) 제1항을 보면, “법원은 정신건강의학과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학자, 그 밖의 관련 전문가로부터 행위자 또는 피해자의 정신ㆍ심리 상태에 대한 진단 소견 및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관한 의견을 조회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가해자 측에서 제출한 <진술분석보고서>는 위 법조문에 근거하여 제출된 것이라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가해자들이 사설 진술분석센터에 거액을 지불하면서 “피해자의 진술이 거짓됨을 밝혀달라”고 의뢰한 것입니다. 이는 얄팍한 가해자들의 꼼수일 뿐입니다. 범죄심리학, 임상심리학 등 과학의 이름으로 진술의 타당성을 검증하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에 맞는 상품을 생산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같은 사건의 진술을 두고, 누가 분석을 의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과학일까요? 사실일까요?
본 사건의 가해자 측에서 제출한 <진술분석보고서>는 성폭력생존자가 피해 이후 자신의 피해를 진술한 피해자 진술서만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작성자는 피해자를 직접 대면하여 비언어적 표현 등을 포함하는 면접 절차조차 없이 서면 자료만을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피해자가 진술하는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 사건의 성격, 가/피해자와의 관계 등 성폭력 사건과 그 피해자의 상황에 대해 고려해야 할 수많은 요소를 모두 무시한 채로 피해자 진술서 내용 중 앞뒤 문장의 구성과 배치 등만을 비교하여 피해자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주장합니다. 심리학 전문가라는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상태에 대한 이해 없이 ‘피해자다움’의 허구성을 그대로 답습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합리적이고 명확한 사실을 판단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인 사설 진술분석센터의 <진술분석보고서>는 재판부에서 사건을 판단할 때 참고할만한 자료일 수 없습니다. 가해자들의 방어권 혹은 감형을 목적으로 하는 변호 전략이라는 미명하에 피해자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도구를 그들 손에 쥐어주어서는 안됩니다. 주머니를 불리기 위해 의뢰인의 입맛대로 생존자의 호소를 갈갈이 헤쳐놓는 상품생산을 중단하십시오. 그를 위해서는 재판부에서 <진술분석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는 적극적인 거부가 필요합니다. 법원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생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생존자들은 계속해서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해자들이 성폭력 가해 행위를 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의 말하기를 가로막는 가해자/가해자 측 변호사/사설 진술분석센터들의 졸렬하고 얄팍한 술수는 더 이상 묵과될 수 없습니다. 반드시 폐기되어야 합니다.
 
발언6. 1만여 명 현역 여군들의 미래가 걸린 대법원 판결!
: 김은경 (젊은여군포럼 대표)
 
2018년 11월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의 ‘해군 상관의 부하 여군 성폭력 가해자 2심 무죄 판결’ 기사를 본 1만 명 현역 그리고 예비역 여군들의 마음은 우선은 분노를, 그리고 이후 성폭력 상관에 대해 침묵해야 하는가에 대한 절망감까지 느끼게 하였습니다.
 
그 절망감의 배경은…
 
첫째, 피해 여군 당사자의 2차, 3차, 4차…계속되는 피해 때문입니다.
해군에서는 가해자들이 ‘현역복무부적합 전역’이 되지 않고 군인 신분을 유지하다 보니 ‘무죄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군생활 평판까지 왜곡하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는 등 ‘피해자 죽이기’에 전력을 기울이기 때문으로 예측됩니다.
그러다 보니 육해공군 중 가장 숫자가 적은 해군, 그리고 항해 병과라는 특수한 신분 때문에 피해자가 ‘투명한 유리병과 같은 소문의 벽’에 고립되는 것이 2차 피해입니다. 게다가 가해자들이 소속된 군 내 특정 출신 커뮤니티는 막강한 위력이 있어서, 사건 당시 피해 정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함정 동료들도 가해자들의 주장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개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한, 대법원 판결 전까지 가해자를 분리한다는 명분 하에 해군 함정과는 거리가 먼 보직에서 피해자가 마냥 기다려야 하는 인사상 3차 불이익까지 감수하게 됩니다.
만약 대법원에서 무죄가 유지된다면,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거짓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살아 있는 내내 피해자를 사회에서 매장시키려는 지속적 4차 피해에 나설 것입니다. 그 결과는 피해자가 군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선택한,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군인으로서의 삶’이 사는 내내 부정당하는 4차 가해가 여군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입니다.
 
둘째, 여군들의 성폭력 사건 신고 기피 현상입니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현역 여군들의 두려움은 [2019년 국방부 성폭력 실태조사보고서]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여군들의 성폭력/성희롱은 결코 줄지 않았고, 도리어 여군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범죄 행위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을 때 상관 보고나 신고에 대해 여군들은 ‘고민하지도 않았고 상의나 보고나 신고할 계획도 없다’가 47.1%일 정도로 신고를 기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도 가해자 상관들이 진급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을 우려하여 7년이라는 오랜 기간동안 고민한 끝에 신고하게 된 경우입니다.
당시 군 지휘부의 관심 속에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2심에서 180도 뒤집혀서 무죄 판결 난 것은 여군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입니다. 게다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는 험난한 진술 과정과 대법원 판결까지 이렇게 오래 기다리는 상황을 보면서 ‘신고해서 법정 싸움까지 가기보다는 조용히 사는 편이 낫겠다’라는 생각들이 번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가해자들의 소문 전파로 인한 2차 피해, 인사상 3차 피해는 물론 법정에서의 기나긴 싸움과 이후 사회생활에 가해지는 4차 피해까지 성폭력 피해 여군들이 겪는 두려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이것이 바로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는 저희 예비역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본 사건의 피해자 여군이 겪는 일련의 과정들은 개인의 일이 아닙니다.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 있을 사건들의 상징적 과정일 뿐입니다. 따라서 부디 현역 1만 명,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아질 여자 군인들이 정상적인 군 생활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의로운 대법원 판결을 촉구합니다.
 
발언7. 피해자 글 대독
: 강현숙 (젊은여군포럼 회원, 전 양성평등상담관)
 
차마 함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고소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후회로 스스로를 책망하며 참 많은 날들을 허비했습니다.
고등법원에 출석해 모든 답변에 성실하려 애쓰고 담담하게 진술했던 것이
되려 피해자답지 않아 괘씸했던걸까……답을 낼 수 없는 막연한 후회로 너무도 괴로웠지만
그래도 지난 2년, 켜켜이 일상을 살아내고 주어진 직무에 최선을 다하며 오늘까지 살아왔습니다.
 
비열하고 치졸한 방법으로 저를 깎아내리려는 가해자들은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공대위를 비롯해 도움 주시는 분들과 하루하루 버티다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중절수술 상황에서도 기꺼이 모교를 찾아가 모병 활동을 했던,
고되지만 군인임이 자랑스럽고 감사한 그날의 마음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게
일상을 살아낼 힘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군 조직의 가장 약한 고리는 여군 자체이거나, 체력 수준이나 계급이 낮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자신의 책무를 다하기보다는 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하고, 심지어 그것을 은폐하고도
괜찮을 것이라 안일하게 믿는, 그래서 유능한 부하들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결국
조직과 자신의 가족들을 배반하는 그들이야말로 가장 약한 고리이자 악한 고리입니다.
 
부디 이제 약하고 악한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관심 병사로 분류되고, 약한 고리로 취급받으며 조직에 남기보다 떠나야 했던 피해 생존자들이
기꺼이 군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희망과 역량껏 일할 수 있길,
피 끓는 마음을 혼자 삭히거나 죽어버릴 수밖에 없는 피해자로서가 아니라
언제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함께 이겨내는 생존자로 살아갈 수 있길,
생존자들이 살아남고 국민에게, 그리고 상호 간에 신뢰받는 

자랑스러운 군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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