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클럽에서 만취한 여성을 서울 외곽으로 끌고 가 강간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CCTV상으로 피해자의 만취상태가 명백하게 확인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고등법원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및 항거불능 상태가 인정됨에도 가해자가 이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이에 대응하고자, 2020년 5월 26일 준강간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를 결성했습니다.
공대위에서는 지난 7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기관과 재판부가 만취한 여성들이 겪은 성폭력 사건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통념과 왜곡된 판단기준을 규탄하였고, 이후에도 피해자와 연대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시민 6129명의 연서명 탄원서, 전문가 및 상담소의 의견서 등을 제출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32단체) 회원단체의 준강간 사례조사를 통해 음주 상태를 이용한 성폭력 사건은 유죄는 고사하고 그 발생에 비해 신고율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준강간 사례 조사의 결과를 보면서 다시 한번 알게 된 사실은 여전히 성폭력 범죄, 특히 음주 상태를 이용한 성폭력 사건은 유죄는 고사하고 그 발생에 비해 신고율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그 기저에는 “남자랑 술을 마시고 취한 여성은 이미 성관계에 동의를 한 것이다.”, 클럽에서 노는 여성은 성적으로 개방적일 것이다.”라는 왜곡된 통념이 수사재판부나, 사회에 만연한 것이 원인이라 판단됩니다.
피해자에게만 완벽한 진술과 증명을 반복해서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이런 잘못된 인식을 이용한 가해자에게 더 많은 책임을 묻는 질문이 주어져야합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개별적인 상황과 맥락, 가해자와의 관계에 따른 피해자의 대처 등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동의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성폭력 피해를 당한 피해자에게, 이제 재판부는 성폭력 가해자를 명백히 처벌함으로써 이 사회가 성범죄를 야기하는 잘못된 문화를 근절하고,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할 때입니다. 재판부가 성폭력을 고발해 온 여성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도록 피해자와 계속 연대하여 계속 싸워나갈 예정입니다. 함께 연대 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