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활동] “집다운 집” –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연대활동 보고서

집다운 집 :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연대 활동

 

 

청소년지원시설 평화의샘은 2020년 한 해 동안 청소년지원시설로서 현장의 경험에 기반해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이하 청주넷)201912개의 연대단위가 만나 국내외에 청소년에 대한 주거 정책이 있는지 그 현황과 과제를 살펴봤고, ‘청소년 주거권보장의 필요성에 관한 현장 연구(청소년 및 시설 현장 활동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2020청소년 존엄을 말하는 두 가지 방식_ 기본소득, 주거권토론회를 시작으로, 청소년 주거권 이슈를 널리 알리고, 청소년 당사자를 조직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동·청소년 주거권이나 청소년 지원주택에 대한 정부, 지자체, 주거 관련 단체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 반가움이 큽니다.

 

청주넷은 가출청소년이라는 낙인에 가까운 명칭이나 학대 피해청소년에 대한 축소된 시혜적 정책과 지원을 넘어서고자 하며, 청소년의 주거권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탈가정 청소년에 대한 홈리스개념 정리, 청소년이 처한 환경과 의지에 대한 증명 없는 하우징퍼스트개념 차용 등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시도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통제를 위한 보호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시설 중심 사회에서 권리로서의 보호와 시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후기청소년에 주목하고, 청소년주거권기본원칙을 세우기 시작했으며, 탈시설 및 주거권 관련 선행운동과의 접점을 찾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시도들을 통해 정책적 영향력 또한 만들어내고 있으며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도모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에 함께해 온 평화의샘은 청소년에 대한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청소년주거권 등 청소년 전반에 걸친 이슈로 확장하여 고민할 수 있게 되었고, 네트워크 단체를 확장하고 지원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적극적 실무 결합에는 한계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치를 모으고 연대하여 청소년 주거권에 대한 성과를 이루는 데에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최선을 다해 인권적인 시설을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시설이 가진 어쩔 수 없는 특수성 때문에 청소년들과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시설에만 의존하는 사회적 시스템에 한계를 느끼는 순간입니다. 아예 시설을 선택지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 청소년들, 그리고 시설이 수용할 수 있는 숫자를 넘어서 거리 위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시설에 머무를 수 있는 법적 나이가 지났기 때문에 퇴소해야 하는 청소년들의 자립 계획을 세우면서도 속 시원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고민들이 청주넷과 청소년 당사자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폭력을 피해 원가정과 학교에서 이탈한, 이미 난민이 된, 혹은 자율적인 자립을 시도하는 청소년들의 주거권을 가정 복귀와 시설보호, 두 가지 방법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살고 싶은 집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인권의 원칙은 청소년에게도 집은 인권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줍니다. 거리에 있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인권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시설 외에도 다양하고 안전한 주거 대안이 존재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아동청소년 주거권 보장 원칙 (초안)

* 아래 원칙은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에서 논의 중에 있습니다. 2021년 상반기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아동청소년 주거권은 집다운 집에서 살 권리로부터 멀어져 있는, 즉 주거위기를 겪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삶으로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아래에서 정의한 아동청소년 주거권 보장 원칙이 실현되지 않은 모든 주거상태를 주거위기로 정의한다. 특히 정해진 거처 없이 거리 생활을 유지하거나, 타인의 임시적 호의에 기대어 잠자리를 해결하거나, 보육원이나 쉼터 등 시설에서 생활하거나, 고시원이나 원룸텔 등 비적정 주거환경에 머물고 있는 상태를 심각한 주거위기로 주목한다.

 

우리는 이러한 아동청소년 주거위기를 탈가정, 비행 등 당사자의 선택과 도덕성 문제로 접근하는 것에 반대한다. 국가의 주거보장 시스템 부재, 사회적 책임 회피, 가정 내 폭력 등 아동청소년의 주거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는 주체들이 마땅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구조적 문제임을 명확히 한다. 이에 아동청소년의 실질적 주거권 보장을 위하여 아래와 같은 지향과 원칙을 제안한다.

 

1. 보편적 권리로서의 주거권

주거권은 모든 인간 개별의 권리다. 부모나 보호자에게 의탁된 존재가 아닌 독자적 개인으로서 아동청소년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권리보장을 유예해선 안 되며, 즉각적 실현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한다. 국가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아동청소년 주거권 보장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2. 주체성과 자기결정권

누구와 함께, 어디서, 어떻게 살지선택하고 결정하는 권한은 아동청소년 자신에게 있다. 선택권이 제대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거 대안이 열려야 하며, 각 대안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설명이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선택의 과정에서 외압이나 강제가 없어야 하며, 주거 대안을 찾는 모든 과정에서 아동청소년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선택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아동청소년의 시행착오나 문제제기를 인정하고, 다시 탐색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

 

3. 동등하고 존엄한 시민으로서 지역사회와 연결

아동청소년은 미성숙하고 결핍된 존재가 아니며, 쉽게 하대해도 되는 아랫사람이 아니다. 오롯한 권리를 가진 존엄한 한 명의 시민으로서 타인과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자원을 공유하고, 지역사회에 동등하게 포함되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주거안정은 시민으로서의 삶을 누리기 위한 기본이자 시작이다. 집을 뿌리 삼아 안정적인 정착을 이루고, 이를 토대로 자기 삶의 생태계를 꾸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

 

4. 조건 없는 주거

주거위기를 겪고 있는 아동청소년에게 전제 조건 및 거주기간의 제한이 없는 주거를 우선 제공해야 한다. (Housing First) 위기의 심각성을 비교하고 경쟁시켜서는 안 되며, 학력이나 소득 등을 이유로 차등적, 선별적으로 주거를 제공해선 안 된다. 아동청소년의 의사에 따라 거주기한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5. 차별과 혐오,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주거

어떠한 주거에서든 아동청소년이 자기 삶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며, 모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정체성이나 경제적 상황 등에 따른 혐오나 낙인, 차별이 뒤따르지 않도록 주거를 공급해야 한다. 아동청소년이 사는 집이나 지역사회가 물리적정서적 폭력으로부터 안전해야 하며, 각종 폭력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한 경우 언제든 공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을 위한 지원은 아동청소년의 권리 보장을 전제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6. 다양한 주거

주거지원이 원가정과 시설 입소로 양분되는 지금의 아동청소년 거주 현실을 넘어서야 한다. 주거형태, 동거인 유무, 접근성, 주변생활환경 등을 고려한 다양한 주거 모델이 확립되고 실제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대안을 설계하고, 주택을 보급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청소년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7. 적절한 주거

주거권의 핵심 요소를 고려해 최소가 아닌 적절주거 기준을 충족하는 주택을 제공해야 한다. 신체정신적으로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어야 하며(주거의 수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점유의 안정성). 또한 소득에 비춰 주거비용이 지나치게 생활에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주거비가 책정되어야 하며(적정 주거비), 입주자 특성이나 입주 경로에 따른 차별 없이 거주할 수 있어야 한다(비차별 원칙).

 

8. 권리로서의 보호

긴급한 위기 상황으로부터 탈출한 아동청소년이 대안적 주거를 찾기 이전 임시로 머무는 거주 공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이 주거의 한 형태로 간주되어서는 안 되며, 보호기간 동안 통제로서의 보호가 아닌 권리로서의 보호를 제공한다. 보호 공간은 보호를 명목으로 아동청소년의 자기결정과 선택을 제약해선 안 된다. 아동청소년이 권리에 기반한 보호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경우, 자유롭게 문제제기 할 수 있어야 하며, 적절한 시정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9. 삶을 위한 지원이 함께 가는 주거

주거는 삶의 안정을 위한 기본이지 전부가 아니다. 교육, 일자리, 상담, 동행 지원 등 아동청소년의 필요에 따른 다양한 분야의 통합적 서비스를 동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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