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제에 의한 성폭력사건’에 대한 수원교구의 사과에 부쳐

[논평] ‘사제에 의한 성폭력사건에 대한 수원교구의 사과에 부쳐

‘#종교계_성폭력, 특성을 반영한 대책과 실효성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

 

2018223일 보도에 따르면 7년전 아프리카로 선교봉사를 갔던 여성(이하 피해자)이 사제에 의해 성폭력 피해가 수차례 있었고 이 사실을 선교중이던 다른 사제 2명에게 성폭력 알렸으나 어떠한 도움이나 조치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해 신부는 정직 처분이 내려졌으며 추후 사제직 박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수원교구는 교구장 특별 사목 서한을 통해 사죄의 뜻을 밝히고 여성 인권과 품위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그에 걸맞은 합당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모든 사제들이 이 교육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수원교구측의 사죄내용은 종교계 성폭력의 발생원인조차 파악하지 못 한 채 개선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제로서의 역할과 임무를 재정비하고 신자들로부터 존중받는 성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더 철저한 자기반성과 장기적으로 실효성을 이룰 수 있는 개선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

 

종교계 성폭력은 성직자가 가진 유일무이한 권력과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에 존재하는 위계로 인해 성폭력 발생이후에도 문제제기를 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어렵게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유일무이한 권력에 순응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은폐되며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상황에 놓이기 쉬운 특징이 있다. 성직자는 성직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선택된 사람일뿐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 다른 사람의 존엄함에 도전할 수 없다는 것을 교회에서부터(성직자에서부터) 먼저 보여야 한다. 종교안의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의 인권지킴이가 되어 교회 곳곳에 존재하는 인권침해 가해자나 이를 묵살하는 방관자를 감시자로 변화시키고, 서로의 존엄함을 지키기 위해 교회개혁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

 

보도에 의하면 가해신부는 강간 미수를 저질렀다. 이는 사회통념 및 형법상 강간죄로 다루어지며, 공공기관은 물론 일반 사기업에서도 해고의 사유가 되는 중대한 범죄이다.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성직자라고 하여 면피의 이유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더 강력하게 조사하고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수원교구는 가해 신부의 사제직을 박탈하고, 가해신부의 범죄행위를 방관하고 피해자의 도움요청을 묵살한 신부들에 대해서도 징계를 내려 다시는 성직자가 교회내 성폭력의 가해당사자가 되거나, 동료의 성폭력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피해자측에서는 가해신부가 피해자에게 7년간 용서를 구했지만 용서받지 못 했다는 잘못된 기사가 보도가 된 후 네티즌이나 신자들은 물론 동료 사제들이 가해신부의 선처를 요청하는 등 2차 피해를 당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자는 다시한번 실의와 분노에 차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뒤늦게 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 정정보도자료를 발표하였으나 이미 피해자에게는 극심한 2차 피해가 발생한 이후의 대처일뿐이다.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죄하고 쇄신하겠다는 의지라면 피해자를 회유하고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행동을 당장 멈추어야 하며, 본 사건과 관련한 어떠한 보도 및 발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피해자에게 또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신자들은 부도덕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성직자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신부의 행동에 책임을 묻고 다시는 성직자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종교를 이용하여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하며, 자신의 인권침해를 보고하는 신자들의 용기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매일매일 각 분야 피해자들이 각자의 피해경험을 말하고 가해자가 권력을 남용해 벌어지는 범죄의 위험성을 알리고,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기위해 #MeToo운동을 하고 있다.

 

본 사건 피해자의 #MeToo#종교계_성폭력 피해고발의 시작점이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삭제왜곡축소되지 않도록, 피해자의 목소리가 교회 조직구조의 쇄신 및 교회내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또 다른 피해자들의 용기가 될 수 있도록 교회와 그 구성원의 반성과 성찰이 절실히 요구 된다.

 

 

2018. 02. 28.

 

천주교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