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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피해자의 시간은 여전히 2017년 5월 5일이다. 만취한 여성을 상대로 한 조직적 성범죄, 강력히 처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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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단법인 평화의샘 작성일20-07-07 13:52 조회2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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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시간은 여전히 201755일이다.

만취한 여성을 상대로 한 조직적 성범죄, 강력히 처벌하라!

 

지난 57일 서울고등법원 제9형사부는 CCTV상으로 피해자의 만취상태가 명백하게 확인된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임은 분명하나 그것이 피고인이 만취상태를 이용하여 강간을 하였다는 고의를 증명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찰에서 불기소된 사건을 재정신청까지 한 끝에 기소된 이 사건의 해자가 처벌받기만을 바라던 피해자의 3년의 기다림은 처참히 무너졌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사건은 3년전 201755일로 거슬러간다. 피해자는 친구들과 클럽에서 놀다가 가해자와 합석하여 술을 한잔 마신 후 모든 기억을 잃었다. 깨어났을 때는 나체상태로 이미 강간의 흔적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어 더욱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웠다. 피해자는 빨리 방을 빠져나가야 된다는 생각에 휴대폰으로 자신의 현재위치를 확인하던 중 다시 잠이 들고 만다. 다시 잠에서 깨어난 피해자는 가해자를 통해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알아내려 던 과정에서 재강간을 당하게 된다.

 

사건 이틀 후 경찰에 신고를 한 뒤에야 피해자는 가해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고, 가해자 혼자가 아니라 남성들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죄임이 CCTV를 통해 드러났다. 가해자와 그 일행 3명은 만취한 피해자를 홍대 클럽에서 서울 외곽까지 데려갔고, 피해자는 혼자서는 서지도 걷지도 못 하고, 소지품하나 없이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짐짝처럼 모텔에 끌려 들어갔다. 모텔 직원은 그런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방을 내어줬다. 가해자와 그 일행, 모텔직원까지 CCTV에 있는 다섯명의 남성들 모두는 늘상 있던 일처럼, 당연한 것처럼 만취한 여성을 모텔방으로 데려가기 위해 서로 조력하며, 가해자를 도왔다. 피해자의 몸이 어떻게 성적대상화 되고 있는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취한 여성의 몸은 그래도 된다는 가해자 논리, 거기에 부합하여 가해자 논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사법부의 판단은 공분하지 않을 수 없고, 참담할 뿐이다.

 

우리는 지난 2019년 클럽 버닝썬 사건에서 클럽을 매개로 한 범죄가 얼마나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지 목도하며 경악했다. 그러나 버닝썬 게이트는 시작도 끝도 아니다. 그 이전에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클럽에서 만취하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타겟이 되어 가해자와 그의 조력자들에 의해 성범죄에 이용되었다. 만취한 여성을 상대로 강간하고 촬영하며 범죄를 조장하던 소라넷, 클럽 내에서 조직적으로 약물을 사용한 성폭력이 벌어지던 버닝썬, 그런 성폭력 상황을 영상으로 찍고 유포하고 시청해오던 웹하드카르텔까지.. 우리 사회는 클럽을 매개로 혹은 만취한 여성을 대상으로 온갖 범죄가 저질러지는 것을 방관해왔다.

 

이 사건 또한 클럽에서 일어난 일이 사건이 되겠어요?’라고 말하는 경찰에 의해 조사가 시작되었다. CCTV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만취한 모습은 성관계를 동의한 상태였고, ‘시체와 성관계하는 것 같아 하지 않았다는 가해자의 거짓에 의해 변질되었고, 가해자의 범죄를 조력했던 남성들은 동의해서 성관계하러 간다길래 데려다준 것 뿐이다라며 사건에서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리고 검찰은 가해자에게 인생을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허울뿐인 훈계를 한 뒤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피해자의 항고 및 재정신청으로 다행히 준강간미수에 대해 기소명령이 내려졌지만 이것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과정이었다. 인천지법 형사13부는 법리판단이 쟁점인 1심 재판을 피해자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국민참여재판을 결정하며 검찰이 죄를 묻지 않고 구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백지구형을 해도 된다고 말하였다. 공판검사는 검찰의 의견은 최종불기소이고, ‘클럽에서의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에서 이길 수 없다며 가해자의 범죄를 증명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는 클럽에서 기인하여 만취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은 성폭력일리 없다는 편견과 통념에 갇힌 검사, 재판부, 배심원들로 진행되는 재판에 대해 절망할 수 밖에 없었고 1심 재판은 사건의 실체는 들여다보지도 못 한 채 배심원들의 5:2 무죄평결을 그대로 반영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에서는 새로운 증거조사가 이루어졌으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객관적으로 만취에 의한 심신상실이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가해자에게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증거조사와 피고인 신문을 통해 가해자의 진술이 모순되고 경험칙상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볼 수 없음이 드러났음에도 모텔에 가기 전 이미 성관계에 동의했었다는 가해자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만취한 여성을 상대로 네 명의 남성이 조력하고, 모텔직원의 방관까지 더해져 범죄가 벌어졌지만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2020년 우리 사법부의 현실이다.

 

지난 몇 년 우리 사회는 권력형 성폭력, 문화계 성폭력, 디지털성폭력 등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연대하고 지지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가 만취하였거나, 클럽을 매개로 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인식도, 처벌도 묘연하다. 피해자가 만취하였다면, 클럽에서 만난 남녀라면, 유흥업소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성관계에 동의할 것이라는 왜곡된 통념과 편견의 결과이며 수사. 사법체계도 공범이다.

 

피해자의 시간은 아직도 201755일이다.

이제는 우리가, 그리고 사법부가 멈춰진 그 시간이 다시 시작되도록 바꿔야한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만취하여 어떠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었던 상황을 편견과 통념없이 면밀히 검토하길 바란다. 만취상태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그 범죄가 이루어지도록 조력하는 모든 사람들을 엄중히 조사하고 처벌하길 바란다. 합리적 의심이라는 명목으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남발하는 대신 성폭력 피해자의 특성과 관점을 고려하여 사건의 실체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고 가해자는 처벌받을 수 있는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사법부가 앞장서야 한다.

 

우리는 대법원이 앞선 1심과 항소심 재판부의 잘못을 되짚고, 정의롭고 상식적인 판결을 내릴 것이라 기대한다. 그동안 사법부가 철저히 외면해온 수많은 준강간 사건의 피해 여성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응답하길 바란다. 이로 인해 피해자가 이제 2020년의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도록 본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할 것을 촉구한다.

 

202077

 

준강간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163개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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