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은 은은히 춤추는 별이다
– 후히(Hoku Hinuhinu)의 몸 에세이
2021년, 나는 자궁근종 수술을 받았다. 예상보다 큰 수술이었고, 회복도 단기간에 끝나지 않았다. 몸은 느려졌고, 기운은 쉽게 빠졌고, 나는 그제야 내 몸이 얼마나 오래 침묵 속에서 참아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 내 몸은 일 잘하는 도구였고, 성실한 수단이었다. 그 수술을 계기로 몸이 말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 좀 들여다봐줘.”
수술 이후의 나는 몸을 ‘관리’가 아니라 ‘관계’로 느끼기 시작했다. 요가도 시도해봤고, 먹는 것에도 신경 썼고, 마음과의 연결을 살피려 애썼다. 하지만 어디선가 여전히 무언가 부족했다. 그러다 2023년 5월, 바닷가에서 우연히 훌라를 처음 접했다. 그건 내게 ‘움직임’이라는 새로운 문법을 가르쳐준 시간이었다. 땅을 밟고, 바람을 그리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며 내 몸은 살아있다고 속삭였다. 처음으로, 나는 내 몸을 “나 자신”으로 느꼈다.
그 이후 나는 본격적으로 훌라를 배우기 시작했고, 다양한 선생님들과 오하나(훌라 동료)를 만나면서 춤의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처음엔 ‘정해진 안무’를 익히는 것이 주된 과정이었다. 정확히 따라하고, 실수하지 않고, 몸을 어떻게든 ‘맞추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완벽히 외운 춤은 내 안에 오래 남지 않았다. 아름답긴 했지만, 내 것이 아니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아직 말을 걸지 않았다.
그때 만난 현재의 훌라 선생님은, 훌라를 삶과 연결된 흐름으로 가르쳐주셨다. 곡을 ‘외우는’ 게 아니라 ‘느끼고 채우는’ 방식, 감정을 억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 안에서 드러나게 하는 방식. 그 수업을 통해 나는 점차 스스로의 리듬을 듣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봄, 새로운 도전을 했다. 바로 ‘즉흥 막춤’ 워크숍.
즉흥춤은 정해진 동작이 없다. 선생님이 주는 작은 움직임의 재료들—손끝, 무게중심, 호흡, 접촉—을 내 식대로 풀어가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어색했다. 하지만 그 낯선 공간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보여주기 위해’ 살아왔는지, 얼마나 ‘정답’을 찾으려 애써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놓고 나서야, 내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춤을 춘다기보다는, 내 안의 리듬이 나를 춤추게 했다.
“천골아, 지금 기뻐?”
내가 물었고, 내 몸은 부드러운 물결로 대답했다.
“응, 좋아.”
하지만 진심으로 춤을 사랑하게 될수록, 내 몸의 한계도 드러났다. 무릎에 통증이 오고, 관절이 아프고, 반복된 연습에 피로가 쌓였다. ‘즐거운 춤’이 어느 순간 ‘버티는 연습’이 되어가던 찰나, 나는 오다카 요가를 만났다. 물처럼 흘러가는 느린 동작, 몸을 스스로 스캔하며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감각, 과하지 않고 충분한 호흡 속에서 내 몸은 다시 말 걸었다.
“이건 아프지 않아. 이건 나를 위한 움직임이야.”
그때 나는 깨달았다. 강해지고 싶다면, 부드러워야 한다는 것을. 더 오래 춤추고 싶다면, 지금 내 몸을 더 귀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을. 정확함보다 필요한 건, 애정이었다.
그래서 내 춤의 이름, 훌라네임도 새롭게 지었다.
Hoku Hinuhinu — ‘은은히 빛나는 별’.
내 본명 ‘은진’과 닮아 있으면서도, 어떤 순간에도 반짝임을 잃지 않고, 누군가의 길을 비춰주는 존재이고 싶었다.
애칭은 후히
웃음소리처럼 가볍고, 나답게 웃는 순간의 에너지와 닮았다.
나는 여전히 안무를 외우고, 실수도 하고, 몸이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갈 ‘나만의 리듬’이 있다. 훌라 연습 중 “나, 너무 동작만 보고 있었던 거 아냐?” 싶은 날이면, 음악을 틀고 막춤을 춘다. 부드럽게 허우적거리고, 꼬물거리며, 내 감정의 결을 따라간다. 춤은 늘 나를 말보다 먼저 위로해준다.
나는 이제야 안다.
잘하려는 마음이 나를 누를 때, 몸은 춤으로 나를 다독인다.
몸을 돌본다는 건, 내 존재 전체를 사랑한다는 것.
지금의 나는 단지 춤을 추는 사람이 아니라,
춤으로 흐르는 나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