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주제 글쓰기] 내 몸이 말해 주는 속도로 나아가기

 

내 몸이 말해 주는 속도로 나아가기

 

글: 여름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다양하게 구분해 볼 수 있겠지만, 가장 널리 통용되는 방식인 신체와 정신으로 나누어 봤을 때, 나의 ‘신체’, 그러니까 몸에 대해 그동안 제대로 탐구해 본 적은 없었다.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힘들 때는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다스려야 하는지 고민해 본 적은 많지만, 몸이 아프거나 힘들 때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몸이 힘들면 푹 자고, 아프면 병원을 가거나 간단히 처치만 하고 넘어가는 정도의 ‘단순 돌봄’이 내가 내 몸을 다루고 운용해 온 방식이었다.

어렸을 때는 신체를 움직이는 활동을 좋아했고,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움직이는 편이었다. 친구들을 이끌고 동네나 놀이터를 다니며 달리고, 뛰어오르고, 그러다 넘어지고 심지어 떨어지기도 했지만, 누군가가 강요해서 했던 활동이 아니었고,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몸을 움직이며 놀았기 때문에 그 기억이나 감각은 지금도 즐거운 것으로 남아 있다. 운동회 때는 계주로도 종종 선발되었고, 체육 시간에도 좋은 기록을 내는 편이었다.

어느 정도 철이 들고 나서나 사춘기 시절부터는 성격이 점점 내성적으로 바뀌었지만, 쉬는 시간에 피구나 발야구, 농구 등을 하게 되면 여전히 열심히 참여했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절 특별활동으로는 비인기 부서였던 ‘배드민턴부’에 매년 가입하기도 했었고, 정처 없이 걷다가 들어가는 산책도 좋아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면 힘이 든다. 에너지를 써야만 한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며 체력을 키워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란 이후부터는 몸을 움직이는 일 자체가 부담이 되었다. 취미나 선호하는 활동들도 자연스럽게 정적인 것들이 많아졌고, 몸을 움직일 바에야 그냥 앉아서, 누워서 쉬는 게 더 좋고, 편했다. 그런데 기본적인 체력이 없다 보니, 일상적인 활동조차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체력이 부족해서 걷는 것도 힘들어지니 좋아하던 산책도 하기 싫어졌고, 해야만 하는 일들도 자꾸 미루게 됐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결국 규칙적인 운동까지 결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체력 증진이 목표였다. 주말을 빼고 매일 헬스장에 나가서 걷고, 간단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그러다가 러닝을 시작하게 되었고, 러닝을 통해 운동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운동의 좋은 점은, 내 몸의 변화에 귀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다. 체력이 느는 건 물론이고, 운동 시간이나 달리는 거리, 운동 기구의 무게, 그날의 날씨처럼 여러 변수에 따라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달라지는지를 직접 느낄 수 있다. 누군가의 강요 때문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내 몸이 변해 가는 것을 느끼고, 그걸 나에게 맞게 조정해 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신체가 건강해지니, 귀찮아서 미루던 것들도 덜 미루게 되었다.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넘는 기록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었는데, 몸을 움직이면서 과도하게 이어지는 생각들의 고리를 끊고, 지금의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운동이란,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거였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다. 내 몸의 피로를 알아차리고, 필요한 걸 채워 주려 애쓰는 이 시간이 결국 나를 아껴 주는 시간이라는 걸 느낀다. 몸을 돌보는 일은 단순히 건강을 챙기는 걸 넘어서,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들여다보고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몸을 돌본다는 건 단지 운동을 한다는 걸 넘어서,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기도 하다. 그게 귀찮고 익숙하지 않아도, 계속 물어보다 보면 언젠가는 그 답이 몸을 통해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낡디낡은, 너무 많이 들어서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지던 이 말에 이제는 공감이 된다. 정신이든, 몸이든 앞으로는 나에게 더 자주 귀 기울여 보려고 한다. 나를 지금보다 더 나은 나로, 더 건강한 나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여전히 운동을 꾸준히 해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누군가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감각과 내 리듬에 맞춰 몸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들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자기 몸에 한 번 더 귀 기울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작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몸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오래 머물 공간이고, 앞으로를 꿈꾸게 해 주는 첫 번째 기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