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담소 활동가 땡글이입니다.
저희 천주교성폭력상담소는 이번에 상담소와 함께 장기간 법률대응을 함께 해본 피해자생존자들과 현재 일상의 상태는 어떤지 나누며 점검하고, 소소한 계획들을 시행해보는 자조모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폭풍 같은 성폭력 사건 해결과정이 지나간 후 피해생존자분들은 끝났다는 후련함과 함께 남겨진 공허함과 무기력감 때문에 당장 집안에서도 몸을 일으키거나 의욕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바닥과 하나되는 감정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고들 하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 조차 어려운 날들이었어요.
이를 이기기 위하여!! 살아있다는 감각을 다시금 찾고 익히기 위하여! 활동가들과 함께 생존자분들이 원하는 작은 바람이나 목표들을 나눠보고 차근차근 실행해보고자 하였어요! 그렇게 “Vista Vie (니 인생을 살아라!)” 우리의 모임이 정식으로 탄생했습니다. 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내 몸을 알고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걷기로 하였습니다. (두둥!)
하루는, 노을이 아름다운 해질녘의 노들섬을 걸었어요. 강물은 황금빛이었고 그저 그 따스한 풍경을 바라보고 앉아 현재의 고민들도 나누고 서로 응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 모임을 잘 해나가자!! 약속~도 하였구요. (과연?!) 산책을 목표로 걷기 시작하니 일상생활도 조금씩 한발자국씩 차근차근 걸어나가게 되었어요.
슬슬 걷기 산뜻한 바람이 불던 어느 하루, 가본적 없는 걷기 좋은 명소를 찾다가, 마음 먹고 낙산공원을 가보았어요. 높은 성곽길을 걸으면서 차오르는 숨만큼 생각도 비워지고 아무 생각이 안드는 그 시간이 좋았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이 복잡한 고민이나 생각들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었습니다. 높은 곳에서 서울 한복판을 내려다 보니 확 트이는 느낌 만큼 마음에 공간들도 생기는 기분이었습니다. 걸으면서 본 하늘처럼 일상도 다양하고 이쁜색으로 물들기를 바라보는 순간이었습니다.
습하고 너무 더운 날씨들로 바깥 활동이 힘들던 어느 하루에는, 활동가 땡글이의 안내로 하와이의 알로하 정신(자연과 인간과 하나되는 조화, 친절, 기쁨, 인내의 마음을 담은 사랑의 실천을 위한 정신)이 담긴 마나카드를 통해 최근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 그것을 풀어나가기 위해 어디에 에너지를 집중해야하는지, 어느 것을 놓아야 하는지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치유와 지혜, 소중한 사람을 뜻하는 꽃핀과 꽃목걸이로 스스로를 장식해보고, 카드에 담긴 아름다운 자연 경관 그림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감상하는 시간을 갖고, 어떤 의미인지 수수깨기를 풀 듯 추리해보았습니다. 카드에 담긴 지혜와 숨겨진 의미들을 듣고 나의 상황과 연결 지으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내면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하여, 때로는 일보 전진하며 있는 자원을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연민을 갔듯 스스로에게도 연민을 가져야 한다는 지혜를 받아 보았습니다. 마나카드를 도구 삼아 스스로도 몰랐던 내면을 읽어 보고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마나카드를 통해 하와이 문화를 알게되니 흥미로워, 하와이의 대표적인 춤인 훌라를 알아보았습니다. 활동가가 선보이는 훌라를 보며 희망과 사랑을 품은 노래에 맞춰 몸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해보았어요. 이야기하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몸을 보며 함께 움직이고 싶은 의욕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지던 어설프지만 즐거운 춤판은 비밀 (^^;;)
하루는, 여성인권영화제에 참석해 개막작 <나의 가해자 추적기>를 관람했습니다. 감독 본인이 디지털성폭력피해생존자로서 직접 가해자를 추적해 온 이야기로, 성폭력피해로 인한 수치심을 ‘자기주도‘로 전환, 전복해야 한다 느꼈고 그대로 실행한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나의 세계, 우리 세계’전체를 바꾸기 위하는 길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상영 후 GV를 통해 감독과 상영관을 채운 많은 여성들과 함께 울고 위로하며 서로 연대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슬슬 날씨가 쌀쌀해지던 어느 하루, 축하할 일이 생긴 생존자가 있어 제일 하고 싶은 일을 물으니 함께 모여 맛있는 걸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 것이었고 원하는대로 수다를 왕창 떨며 축하해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올해 “Vista Vie!” 의 하루하루를 돌아보며 피해생존자-활동가의 관계를 넘어 이제는 동료이자 친구로 서로의 일상을 따스히 바라보고 응원하는 관계로 나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나눔과 연대는 계속될 것입니다. ^^
또!! 우리 친애하고 자랑스러운 참여자분들의 후기도 나누며 인사드립니다.
“이제는 지원-피지원 관계를 떠나 편안한 사람들과 새로운 활동을 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이런 소소하지만 소소한 순간들이 평범한 일상에 적응해가는데에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사건 마무리 후 실질적인 피해지원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일상 속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자조 모임을 제안하고
함께해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처음에 자조모임이라 하면 뭔가, 과거 피해 아픔을 꺼내어 얘기 나누는 걸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런 일은 거의 없었어요.
우리 모두 살아있는 지금에 집중했어요.
마나카드, 한강공원 산책하기, 하와이 훌라 댄스, 맛있는 거 먹기 등.
그중에 저는 함께 먹기가 제일 좋았어요. 늘 집에서 아무도 없을 때 혼자서 먹기만 했거든요.
자조모임에 나가서 가족들(활동가 선생님, 집단상담에 만난 친구<지금은 베프>)과
밥을 먹으며 식사, 교제하는 기쁨을 찾았어요.
피해 이후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았거든요.
왜 그렇게 채우려고만 했을까요? 이 마음을 빼도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저는 큰말하기를 나갔어요.
제 피해도 피해지만 자조모임 함께 한 선생님 자랑을 실컷 했어요.
자조모임을 함께 한 선생님들과 자조모임에 함께한 친구가 오니
그간 함께한 순간이 스쳐 지나갔어요.
이 모든 게 쌓여서 지금까지 왔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자조모임이라는 자원에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