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 긴급대응 기자회견 <예견된 범죄, 반복된 여성살해, 국가의 ‘무능하고 안이한 대처’가 초래한 살인>

기자회견문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 긴급대응 기자회견
<예견된 범죄, 반복된 여성살해, 국가의 ‘무능하고 안이한 대처’가 초래한 살인>

지난 3월 14일 경기도 남양주에서 한 여성이 직장 인근에서 살해당했다. 피해자는 가정폭력과 스토킹으로 이미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고, 가해자는 다른 성폭력 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였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특수상해’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으며, 스토킹에 대한  잠정조치도 1~3호까지 내려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고, 피해자 보호조치는 스마트워치 지급과 맞춤형 순찰 등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결국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통해 경찰에 구조 요청을 했음에도 신고 2분 만에 살해당했다.

이 비극은 결코 낯선 일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동탄에서 발생한 여성살해 사건에서 피해자는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이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머뭇대는’ 사이 피해자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납치되어 살해당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의정부, 울산, 대전에서도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자신의 주거지와 직장에서 살해당했다. 그리고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같은 비극이 반복되었다.

지난해 7월, 이재명 대통령은 “범죄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한 무능하고 안이한 대처가 비극을 반복적으로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관계 당국의 뼈아픈 자성과 재발 방지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8개월 동안 관계 당국이 보여준 ‘뼈아픈 자성’은 어디에서도 확인하기 어렵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6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피해자는 최소 137명에 달한다. 자녀·부모·친구 등 주변인 피해자까지 포함할 경우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피해자는 최소 673명으로, 이는 전년도보다 23명 증가한 수치다. 특히 경찰 신고와 피해자 보호조치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살해된 피해자와 주변인 피해자는 최소 86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12.8%에 달한다. 이는 모두 국가의 무능하고 안이한 대응 속에서 반복되고 있는 비극이다.

이번 남양주 여성살해 사건에서도 관계 당국의 책임 있는 대응은 찾아볼 수 없다. “이번 피의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거주지를 벗어났는지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경찰청, 법무부 관계자들의 ‘무책임한’ 발언만 들릴 뿐이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3월 16일,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을 감찰한 뒤 엄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으며, 이러한 ‘문책’만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된 정부의 유일한 대책이었다. 경찰청 역시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해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관계 부처인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는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국가의 무관심과 무대응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들은 소중한 목숨을 잃거나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다. 오늘 여성·시민사회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국가의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가해자 체포·유치·구속 등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피해자의 일상에서 가해자를 분리하라.

지난해 7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재범 위험성 평가 제도를 활용하여 가해자에 대한 유치·구속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남양주 여성살해 사건 직후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서 ‘재범 위험성 평가’조차 실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해자는 성폭력 범죄 이력이 있었고, 가정폭력과 스토킹으로 여러 차례 신고된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가해자를 구속하지 않았다. 한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는 가해자를 피해 수차례 직장을 옮겼고, 주변에는 매일 목숨을 걸고 출근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피해자가 스스로 가해자를 피해 다녀야 하는가. 국가의 역할은 피해자에게 “숨어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피해자의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하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모니터링’하라.

성평등가족부와 경찰청은 지난 10일 ‘피해자 보호체계 강화’를 위해 경찰과 가정폭력상담소가 협력하여 ‘피해자’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모니터링해야 할 대상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여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는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있었고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1~3호 처분을 받았음에도 수차례 피해자 직장 인근에 접근했으며 피해자의 차량에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기도 했다. 가해자의 위반사항을 점검하지 않는 조치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를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이러한 범죄가 예방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이 가해자의 위반 사항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나. 가정폭력처벌법을 전면 개정하여 ‘교제폭력’을 포함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제대로 규율할 수 있도록 신속히 입법하라.

법무부는 ‘교제폭력’의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책으로 「스토킹처벌법」 개정으로 ‘교제폭력’을 규율하는 방식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입법이 남양주 여성살해 피해자를 살릴 수 있었겠는가.

남양주 여성살해 사건의 피·가해자의 관계는 ‘사실혼 관계’, ‘동거하던 교제 관계’ 등으로 혼용되어 보도되고 있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관계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모두 동일하게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특성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 적용을 위해 관계를 엄격하게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교제폭력’을 규율하는 법이 없어서 살해당한 것이 아니다. 피해자는 현행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피해자 신변 보호조치가 이루어졌음에도 결국 살해당했다. 법무부의 입법안은 현장의 혼란만 가중할 뿐이며 근본적으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해결할 수 없다. 입법 공백은 ‘교제폭력’에만 있는 것이 아닌,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전반에 존재한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은 친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하기에 가해자가 피해자의 성향, 정보 등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통제하는 특성이 있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통제를 벗어나고자 할 때 그 폭력성이 더욱 극대화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피해자 스스로 가해자와의 관계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신고 단계부터 공권력의 강력한 개입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가 일상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처벌법 전부 개정을 통한 포괄 입법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최소 22.5시간마다 여성 1명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 있다. 주변인 피해까지 포함하면 최소 13.02시간마다 1명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더 이상의 지연은 또 다른 피해를 의미한다. 국회는 신속한 입법 논의를 통해 지금 당장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하나. 여성폭력·여성살해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종합대책을 마련하라.

여성폭력은 개인의 불운이나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 이는 성차별이 구조화된 사회·문화적 조건 속에서 발생하고 강화되며 반복되는 구조적 폭력이다. 매년 수백 명의 여성들이 목숨을 잃고 있음에도 그 규모가 뚜렷하게 줄어들지 않는 현실은 성차별적 문화와 인식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깊게 자리하고 있으며, 성평등이 제대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초 윤석열 정권이 탄핵된 이후 성평등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 속에서 출범한 새로운 ‘국민주권정부’가 출범 1년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제 국가는 반복적인 신고와 도움 요청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살해되거나 살해 위험에 놓이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여성폭력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련자들의 인식개선 뿐 아니라 공교육 체계 내에서 성평등 의식을 제고하도록 해야 하며, 관련 법안을 신속히 제·개정하며 여성폭력 피해자 권리보장의 실효를 담보하는 범정부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행해야 할 국가의 의무다.

 2026년 3월 17일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 정부대응을 규탄하는 시민사회 일동

경남여성단체연합, 고흥나누리통합상담센터, 공폐단단(친족성폭력공소시효폐지를외치는모임), 노원여성회, 녹색교통운동, 녹색연합,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여성회,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평화여성회, 동해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부천행복가정폭력상담센터, 서울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회, 서페대연,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광주여성의전화 부설 한올지기,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대구여성인권센터, 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 디딤, 새움터, 수원여성인권돋음,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여성인권티움, 인권희망 강강술래,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주여성인권연대, 충북여성인권), 세종YWCA성인권상담센터, 여성가족인권상담센터 한삶, 여성폭력통합지원상담소연대(22개소), 원주가정폭력성폭력통합상담소, 월계우리통합상담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천여성회,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63개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34개소),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33개소), 전주가정상담센터 부설 가정폭력성폭력통합상담소, 천주교성폭력상담소, 청주YWCA여성종합상담소, 파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가정폭력통합상담소, 포항여성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고양여성민우회, 광주여성민우회, 군포여성민우회,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원주여성민우회, 인천여성민우회, 진주여성민우회, 춘천여성민우회, 파주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강릉여성의전화, 강화여성의전화, 광명여성의전화, 광주여성의전화, 군산여성의전화, 김포여성의전화, 김해여성의전화, 대구여성의전화, 목포여성의전화, 부산여성의전화, 부천여성의전화, 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성남여성의전화, 수원여성의전화, 시흥여성의전화, 안양여성의전화, 영광여성의전화, 울산여성의전화, 익산여성의전화, 전주여성의전화, 진해여성의전화, 창원여성의전화, 천안여성의전화, 청주여성의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YWCA연합회, 화순어울림가정상담센터

[발언문]
  •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이것이 왜 이렇게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천재지변이 아니지 않습니까. 모르는 사람에 의해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공격도 아니지 않습니까. 가해자의 신원은 이미 확보돼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반복된 신고가 있었습니다. 고소도 있었습니다. 현 제도가 내놓을 수 있는 피해자 보호조치도 이미 취해진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피해자가 직장 인근에서, 자신의 차 안에서,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를 누르고 살해당해야 합니까? 피해자가 무슨 심정으로 스마트워치를 눌렀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피해자도 마땅히 누렸어야 할 오늘 이 봄날을 앗아간 것은 누구입니까? 가해자입니까? 작동하지 않는 제도만 늘어놓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입니까?

우리 사회는 여성폭력을 담당하는 경찰, 검찰, 판사, 부처 공무원에게 도대체 무엇을 훈련하고 있습니까?

이런 사건은 승진에 도움이 안 되니 신경 쓰지 말라고 훈련하고 있습니까? 사귀었던 관계, 같이 살았던 사람들 사이는 우리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고 훈련하고 있습니까? 잘 처리해도 알아주지 않고 문제 생기면 고초만 겪는 사건이니 대충 넘기라고 훈련하고 있습니까? 그래서 결국 여자들 목숨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원래 그런 거다, 이렇게 훈련하고 있습니까? 2009년부터 2025년까지 17년간 최소 1,697명의 여성이 살해(‘분노의게이지’, 한국여성의전화, 2026)당하는 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갈등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고, 위험의 징표를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력함, 무신경함에 치가 떨립니다. 이 무능력이 공무 전반을 잠식하고, 피해자의 목숨을 번번이 빼앗아 갈 때까지 도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문책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합니다.

어제 이재명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정부 부처의 대응을 요청했습니다.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을 감찰한 뒤 엄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감찰하지 않아도, 보도된 기사만 봐도, 수많은 시민이 댓글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 사건처리의 잘못은 명백합니다. 책임자에 대한 문책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와 실효성을 담보하는 대책이 실천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러한 잘못은 수십 년간 지겹게도 반복되어왔고, 그때마다 적절하든 아니든 담당자 문책은 이어져왔습니다. 대통령은 문책 말고 대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 취지인지 대통령은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적극적으로 격리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더군요. 그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대통령, 국회의원, 외교관과 동급의 권리를 가진 민간인이 있습니다. 그는 남편, 아버지, 애인의 이름으로 대통령, 국회의원, 외교관과 같이 불체포특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어쩌면 불체포특권을 넘어 면책특권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주 일부 ‘운이 나쁜 가해자’만 처벌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부여한 적 없는, 그러나 만연히 보장되는 그 특권을 가진 사람은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입니다.

둘째, ‘현행범이 아니어서 체포하지 않았다’는 말은 변명이 아니라 무능의 고백입니다. 친밀한 관계의 폭력은 우발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한 번의 행위로 끝나는 폭력이 아니라, 통제와 위협이 계속되는 현재진행형의 폭력입니다. 이 폭력의 패턴에 개입해야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대책? 찾지 마십시오. 지난 수십년간 피해자들이,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관들이 제안해 온 절박한 대책을 전부 검토하십시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보여주기식, 편의대로 추진되는 정책들을 잡아 세우십시오. 대통령이 스스로를 “주권자의 충직하고 유능한 일꾼”이라고 말한다면, 여성폭력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부터 그렇게 만드십시오. 피해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듣고, 위험의 징표를 읽어내고, 가해자를 신속히 격리하고, 피해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유능한, 아니, 기본이 지켜지는 국가를 만드십시오.

  • 허오영숙(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입니다.

먼저, 살고자 온 힘을 다하고도 결국 살해당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여성이 제도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도 살해당하는 나라, 그럼에도 치안이 좋다고 자화자찬하는 나라, 지방자치단체장이 “농촌 남성들의 결혼을  위해 특정 국가에서 처녀를 수입해야 한다”고 말 할 수 있는 나라, 저는 그런 대한민국의  이주여성 현장에서 활동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인 여성 개인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습니다. 그런데도 죽었습니다.

이주여성 피해자들은 어떨까요? 이주여성 피해자들은 제도 접근이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112에서  베트남어가, 캄보디아어가, 태국어가 지원되지 않습니다. 피해 이주여성이 자신의 상태를  자신의 언어로 신고할 수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이주여성이 112 신고 앞에서 멈추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비자 연장을 하려면, 한국으로 귀화하려면 한국 남편의 적극적인 조력이 필요한 시스템에서 이주여성은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주여성 개인이 아무리 용감하더라도 한국인 남편에게 권력을 실어 준 제도가 있는 한, 이주여성은 약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전국에 이주여성에 대한 젠더기반 폭력 상담을 할 수 있는 이주여성상담소는 11개에 불과 합니다. 중앙정부인 성평등가족부가 지원하는 이주여성상담소는 9개에 불과하고, 광역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2개를 합쳐야  겨우 11개입니다. 광역지자체별로 이주여성상담소가 1개씩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국의 복지 지원 체계는 피해 이주여성의 체류 자격을 따져 묻습니다.

그나마 한국인과 결혼 비자를 가졌을 때만 피해자를 위한 사회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외국인과 외국인 사이의 발생한 가정폭력은 한국 정부의 관심 밖에 있습니다. 영주권자인 남편을 따라 함께온 동반 비자 이주여성이라면 극심한 가정폭력에도 남편을 신고하거나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남편의 비자에 문제가 생기면 동반 비자인 이주여성 비자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비자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남편에게 범죄 기록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죽을만큼 맞은 이주여성도 남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야만 합니다. 가정폭력으로 신고하려면 한국을 떠날 각오를 해야 하는 나라, 치안 강국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다가오는 3월 21일은 UN이 정한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입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맞서 저항해 온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기념하면서

먼저, 이주여성에 대한 젠더기반폭력이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요구합니다.

이주여성을 체류자격별로, 출신 국가별로 분할하는 것의 중단을 요구합니다.

이주여성을 재생산과 돌봄의 도구로 기획하는 것의 중단을 요구합니다.

젠더기반폭력으로 여성들이 죽어나가는 세상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래야 조금씩이라도 이주여성들의 안전한  영역이 넓혀져 갈 것입니다.

  •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안녕하세요,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입니다.

지난 3월 14일, 가정폭력 및 스토킹 신고하고도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신고 후 고소하였고 스토킹 잠정조치로 피해자 주거 등으로부터 100m 이내의 접근금,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이 시행중이었지만 경찰의 안이한 대처로 살해당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구금과 구속영장 신청이 미뤄져서 살해당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관계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또 한명의 여성을 죽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묻고 싶습니다. 생명과 존엄에 여성은 없는 것이냐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경찰의 안이한 대처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국가 차원의 젠더폭력에 대한 대처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가정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에 대한 대처를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ILO 190호 협약에 젠더기반 괴롭힘에 대한 대처는 기업과 정부가 모두의 의무로 두고 있습니다. 협약 10조 F에 가정폭력이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포함합니다. 일터 괴롭힘이나 가정폭력은 여성이 안전하게 일하지 못하게 하는 위험요인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권고 17조에서는 24시간 직통서비스, 보호조치로서의 휴가,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로서의 일시적 보호, 치료나 쉼터 등 위기 관리센터 등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이번에 피해자가 살해된 곳도 직장 근처입니다.

ILO190호 협약이 말하는 가정폭력은 꼭 이성애 실제 결혼만을 의미하지 않고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포함합니다. 정부가 190호 협약 비준을 과제로 내세운 만큼 기업과 정부, 특히 경찰과 같은 국가기관의 젠더적 재편을 함께 고려해야 바뀔 수 있습니다. 특히 경찰에 젠더의식이 없고 인적 구성이 편향되어 있어서입니다. 여성경찰의 비율은 고위직으로 가면 2024년 말 기준 총경급 7%, 경무관급 4% 내외일 뿐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노동존중, 산재 없는 일터를 여러번 말했습니다. 그런데 ILO190호협약의 권고에서 보이듯 가정폭력과 노동존중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차원의 기업차원의 안전장치가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현재 정부 정책은 나눠져 있고, 젠더인식으로 국정업무를 기획하고 운영하지 않기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에 촉구합니다. 노동과 여성, 젠더폭력과 노동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총체적인 정책마련이 이러한 비참한 사고를 막습니다. 총체적이고 직접적인 정책변화를 요구합니다.

  • 조윤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안녕하십니까.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조윤희 변호사입니다.

먼저 반복적인 폭력 피해를 신고했음에도 끝내 목숨을 잃은 피해자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된 피해자를 대신해 몇 가지 문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피해자는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가해자로부터 가정폭력, 스토킹, 불법 위치추적 등의 피해를 입고 약 열 달 동안 여섯 차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법원은 가해자에 대하여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결정하였고, 그럼에도 가해자의 스토킹이 지속되자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상태였습니다. 가해자는 과거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보호관찰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는 사건 직전 마지막 구조 요청까지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행은 막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할 수 있는 보호 요청을 모두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피해자 보호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사안에서는 특히 다음과 같은 문제가 확인됩니다.

첫째,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의 문제입니다.

가해자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보호관찰대상자였음에도, 접근금지 명령과 스토킹 관련 정보가 보호관찰 기관과 공유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의 보호관찰 제도가 피해자 보호로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둘째, 법률상 마련된 보호 조치의 실질적 집행 문제입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잠정조치 3-2호는 스토킹 행위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조치로, 스토킹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경우 관계기관에 보고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음에도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셋째, 반복 신고와 위험 징후가 확인된 사건에 대한 대응 기준의 문제입니다.

위치추적 의심 정황과 반복 신고가 있었음에도, 잠정조치 4호에 따른 유치나 구속 수사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수사기관의 직무집행 기준과 내용이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것인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입법적 보완이 지연된 문제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위치 정보를 피해자 보호 체계와 연동하는 제도 개선 필요성은 이미 제기되어 왔고, 이를 위한 전자장치 부착법 개정도 추진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입법이 신속히 정비되지 못한 점은, 결과적으로 현장의 보호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배경 중 하나로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조치를 촉구합니다.

첫째, 경찰과 보호관찰 기관 간 정보 공유 체계를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둘째, 반복 신고 등으로 위험이 확인된 사건에서는 위치추적 및 접근 경보 조치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셋째, 전자장치 부착 및 가해자 격리 조치와 관련한 법·제도 개선을 신속히 추진해야 합니다.

피해자는 국가의 보호 체계를 신뢰하고 필요한 절차를 모두 진행했습니다.

이제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입니다.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 인천 강화도 가정폭력에 의한 피해자 뇌사사건 피해자 가족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 강화도 가정폭력으로 식물인간이 된 피해자의 딸 입니다.

이번 남양주 사건을 접하며, 저는 너무나 익숙한 분노와 절망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또 한 명의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현실에 깊은 무력감도 느꼈습니다.

이번 사건은 예외적 비극이 아니라, 반복되는 국가 보호체계의 실패입니다.

피해자는 여러 번 자신의 위험을 알렸고, 보호를 요청했고, 법원의 접근금지 조치도 있었습니다. 스마트워치도 있었고, 가해자는 이미 전자발찌 착용자였습니다.

그런데도 끝내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여러 기관이 서로 연결되지 못한 구조의 실패입니다.

저희 어머니 역시 가정폭력으로 여러 번 경찰에 신고하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처벌불원과 진술 번복이라는 이유로 제도는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신고를 해도 결국 처벌의 책임은 피해자에게 돌아왔고, 피해자는 보복과 생계의 두려움 속에서 다시 가해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복했습니다.

엄마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3번째 경찰 신고 역시, 끝내 엄마를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엄마는 지금까지 3년째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의식 없이 병상에 누워있고, 저희 가족은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저에게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위험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고, 시스템은 종이 위 형식적인 조치에만 머물렀습니다. 그 결과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했고, 가족은 사건 이후에야 뒤늦게 책임을 묻는 자리로 내몰립니다. 보호조치가 있었는데도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 보호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금처럼 신고 이력, 접근금지 명령, 전자감독 정보가 기관마다 흩어져 있어서는 안 됩니다.

고위험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에 대응할 것이 아니라, 접근하기 전에 국가가 먼저 막아야 합니다.

더 이상 보호의 책임을 피해자 개인의 신고와 대처 능력에 떠넘겨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누를 시간만 주는 나라가 아니라, 가해자가 다가오기 전에, 차단하는 나라여야 합니다. 피해자에게만 조심하라고 할 게 아니라, 가해자를 국가가 먼저 막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오늘 이 사건을 한 건의 안타까운 뉴스정도로 소비하지 말아 달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죽음은 이미 여러 차례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막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유감 표명이 아니라 책임과 개혁입니다.

피해자와 가족이 원하는 것은 사후 애도가 아니라, 살아 있을 때 작동하는 실질적 보호입니다.

더는 피해자가 죽고 나서야, 잠깐 움직이는 척만하는 사회여서는 안 됩니다.

더는 가족이 무너진 뒤에야, 피해자 가족들이 제도의 실패를 입증해야 하는 사회여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와 가족은 지금의 국가 보호체계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같은 사건이 반복된다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이제는 분명히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반복을 끝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 인천 스토킹 여성살해사건 피해자 가족

오늘 저는 이 자리에 다시 서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2023년 7월 17일, 인천 논현동에서 제 동생이 스토킹 범죄로 세상을 떠난 이후 저는 단 한 가지를 바라며 살아왔습니다.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 가족이 생기지 않기를. 다시는 어떤 부모도 어떤 가족도 사랑하는 딸을 그렇게 잃지 않기를 정말 간절히 기도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 바람은 또다시 무너졌습니다.

최근 또 한 명의 20대 여성이 스토킹 범죄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족이 사랑하는 딸을 잃은 범죄 피해자 유가족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가족의 마음을 너무 잘 압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나면 우리는 평생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왜 막지 못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은 평생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생의 사건 이후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말을 계속해 왔습니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피해자 보호조치만으로는 피해자의 생명을 지키기에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져도 가해자는 다시 찾아옵니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피해자가 결국 살해되는 사건들이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현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너무나 무겁고 두려운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요구했습니다. 스토킹과 교제폭력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두지 말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 범죄 대응 법제’를 마련해 달라고

수없이 요청했습니다. 또한 법원의 보호조치가 서류 위의 명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피해자를 지킬 수 있도록 명확한 보호 매뉴얼과 실질적인 보호 체계를 만들어 달라고 간절히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우리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또 한 명의 젊은 생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오늘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이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복수를 원하지 않습니다. 단지 다음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2년 넘게 같은 말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잔인합니다.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스토킹과 교제폭력으로 인한 살인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묻습니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같은 장례식을 반복해야 합니까. 피해자 가족들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야 보호받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건 이후의 보호가 아니라 사건 이전에 살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두려움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것입니다. 국가가 그 사람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다음 유가족은 또 다른 누군가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부디 이 죽음들이 헛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더 이상 늦기 전에 스토킹과 교제폭력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법과 제도를 마련해 주십시오. 피해자를 실제로 지킬 수 있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보호조치를 지금 당장 만들어 주십시오. 이것은 거창한 요구가 아닙니다. 단지 누군가의 딸이 누군가의 가족이 살아 있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청입니다.

 

저는 아직도 제 동생을 떠올리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명의 딸을 떠올립니다. 이 두 죽음이 또 다른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제는 정말로 국가가 움직여야 합니다. 저는 오늘 또 다른 피해자 가족이 생긴 현실 앞에 서 있습니다. 이 자리가 마지막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