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담소 활동가 땡글이입니다.
상담소는 매년 마다 한달에 두 번씩 월요일 마다 다양하게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여성폭력 및 성폭력에 관한 법정책 관련 논문이나 젠더적 이슈를 담은 단행본 등을 정기적으로 읽고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짤막하게나마 함께 읽어 볼만한 책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 1,2월에는 3권의 책입니당.
<감정의 문화정치> _사라 아매드 지음 / 오월의봄
“이 책이 규범적인 각본과 불화하는 이들에게, 살아낼 수 없는 것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변화를 향한 설렘을 간직하는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의 시국에 시의적절한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도 바뀌지 않은 것인지? 어떻게 하면 사회를 바꿀 수 있을지? 책을 읽으며 실마리를 잡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정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감정이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하고, 감정을 이용한 정치적 선동이 있다면, 그 감정을 일으킨 원인보다 그 감정을 이용해 무엇을 했는지, 즉 그 의도를 파악해야 함을 강조한 책입니다.
그동안 ‘정동’이라는 개념이 명확히 잡히지 않아 궁금했었는데, 이 책에 참 자주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감정을 곧 정동으로 보고 혼용해서 사용하기에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의아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정리해보았냐면, 단순히 현 상황만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유사한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의 잔여물(끈적이는 기억의 여파)이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선동은 여러 공동체나, 조직, 정부에서 만나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선동은 특정한 이데아(나라는 주체가 꿈꾸는 것이 아니기에 실체가 없는 어떤 이상)를 설정하고, 그 이데아에 맞지 않는 타자들(예: 여성, 소수자)을 방해물로 간주하며 배제하는 효과를 낳아 왔습니다. 낯이 익는 이것이 바로 현대 정치나 혐오가 발발하게 된 원인이기도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상담소는 이에 대해 나누면서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하나의 이상적인 합일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르기 때문에 합일점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임에 대해 배웠고 서로를 이해하고 설득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정의의 정치를 실현해야겠구나 느꼈습니다. 솔직히 쉬운 책은 아닌지라 상담소 활동가들도 두통으로 머리를 싸매며(?) 2번에 걸쳐읽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 한권을 통과하고 나니 감정에 대해 조금 달라진 자세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_손희정 지음 / 메멘토 문고
혹시 요새 ‘우리 다 망했어’ 라는 말을 자주 하시는지요? 아이미 지금 세상에 예전 SF나 디스토피아물 작품들에서 나오는 현실과 정치, 경제적으로 기시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런 현실 속에서 그 너머의 환경과 인간성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날카로운 문화 비평서입니다. 저자는 OTT서비스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 드라마 콘텐츠에 나타난 ‘멸망과 파국의 서사’를 꼼꼼히 되짚으며, 이미 끝났지만, 우리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거 해나가며 ‘어떻게든 더 낫게 살아보자는 대안적 가능성을 찾아냅니다.
갯벌 수라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이슈들과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보이지 않은 곳에서 투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수라>로 시작해서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 투스>까지 다양한 파국의 세계와 그럼에도 나아가는 이야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스위스 투스>를 보면 전염병으로 인해 인간 문명이 붕괴한 이후의 세계에서 ‘레퓨지아’라는 피난처가 등장하고 그곳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혼종인 ‘하이브리드’가 등장합니다. 누군가는 하이브리드를 전염병 치료제 개발의 도구로 이용하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이들과 공존할 수 있는 레퓨지아를 건설합니다. 우리가 레퓨지아와 같은 사회를 만들려면 나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보게끔 해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정신병을 팝니다>_제임스 데이비스 지음 / 사월의 책
이 책은 영국에서 진행된 연구로, 마가릿 대처 시대부터 점차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노동, 복지 정책으로 인해 개인의 정신건강의 변화와 그에 대한 시장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이전에는 질병으로 이해되지 않았던 감정이 질병으로 이해되기 시작하며 정신질환이 공격적인 범위로 확대되기 시작하였고 의료화 또한 급속히 진행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정신적 고통 대다수가 부당하게 의료화되고, 병리화되며, 투약의 대상이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학교에서의 집중력 부족, 일터에서의 실적 부진 등은 최근 정신질환의 증상이라고 의학적으로 재분류된 수많은 고통 중 일부에 불과하였죠.
국가는 더 이상 국민을 책임지지 않으며, 어려움을 겪는 개인에게 ‘의지 부족’이라는 낙인을 찍습니다. 제조업의 쇠퇴와 서비스업 중심의 노동 형태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평생직장의 소멸과 높은 이직률은 노동 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습니다. 도심을 중심으로 한 노동 집중과 부동산 가격 상승은 공동체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직업 안정성의 불확실성과 노동의 무가치함이 만연한 사회적 공허함을 초래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부, 병원, 제약회사, 컨설팅 회사 간의 유착 관계는 개인의 불안과 공허함을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으로 쉽게 확장하여 진단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냅니다. 결국, 서로 다른 속도와 정도로 불안을 경험하는 개인들을 너무 빠르게 통제하고 제압하려는 기조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상담소는 이 책을 탐구해가며 방문해주시는 피해자 분들에게 어떤 의료적 개입 안내를 드리는 것이 일상회복에 더 나은 길인지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