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연대 주제1> 사단법인 평화의샘에게 성매매란

사단법인 평화의샘 활동가들은 2024년부터 2025년 2월까지 ‘성매매’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고 말하고 고민하고 행동하고

영화보고 토론하고 쓰고 발표하고 마음 아팠다가 화났다가 복잡했다가 기뻤다가 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2023년에 공동체 25주년을 맞이하며 비전선언(2024년)을 한 사단법인 평화의샘은

몇 가지 주제에 대해 공통의 가치 지향과 활동 지향을 발견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려면 일단 자주 공부하고 자주 생각하고 자주 말해야겠지요.

 

2024년 주제는 <성매매> 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성폭력상담소가 있고 청소년성매매피해지원시설이 있고 성착취피해아동청소년지원센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불문 형식불문한 성거래에 대한 통합적인 입장정리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지극히 기본적인 입장이 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민감한 주제들, 이를테면 성노동 담론이라거나 피해와 자발 사이의 언어 극복하기라거나

성인 성매매에 대한 국가적 개입 정도와 방향에 대해당장 실무하는 활동가들 외에 공동체 전체 활동가들의 합의의 자리가 필요했습니다.

우리 조직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철학에 머물러있지 않고 하나하나 우리의 지향점을 만들어가는 중이니까요.

그렇게 1년 동안 성매매를 공부한 사단법인 평화의샘 활동가들은 2025년 2월,

성매매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과 방향을 마무리 짓기 위해 다시 모였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을 했냐고요?

자발과 비자발로, 노동과 성착취로 환원되는 성매매 논의 이대로 괜찮은 거야?

성매매 불법화는 어떤 방식이어야 해?

성매매의 어떤 맥락에 대한 문제의식인 건데?

성산업 구조와 국가와 사회의 묵인이 문제라면 그것을 줄일 방법은?

피착취적 관계를 경험하는 성판매자들에게 어떻게 연대할 수 있지?

성산업이라는 피착취적 관계 경험 속에서도

성판매자가 가지는 주체성과 존엄성을 인정하는 관계 맺기,

우리가 해야 하고 우리가 할 수 있고 우리가 한다.

마지막으로 활동가들의 말말말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여성 몸의 자원화 현상이 ‘자발적 선택’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을 삭제, 성매매에 대한 교차적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성별이분법적인 구조인 성산업에서 여성을 착취하며 이득을 보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과 이러한 성산업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 그리고 청소년 당사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한다.”

“성매매는 성판매자의 인격과 신체와 정신을 착취하는 구조(낙인을 포함)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의 근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성평등한 사회라는 것이 전제되어야 가능할 것.”

“성매매를 단편적/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판단하지 않고, 성매매가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와 그 안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당사자의 입장이 있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 여성 및 소수자에게 연대한다는 관점 견지. 그러한 사회구조를 지속케하는 구매자/알선자에게 책임을 묻는 활동이 필요.”

“성인 성매매여성을 지원하는 일은 많은 부침과 어려움을 가져왔다.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고, 신고할 때 처벌받을 것을 두려워해야 했고, 지원자인 나에게도 사람들이 의문의 시선을 보내왔다. 성매매가 자발이냐 비자발이냐의 문제가 아닌 그 여부를 떠나서 성매매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성매매 자체에 대한 논의 없이 계속 자발/비자발이라고만 주장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환경과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매매 문제는 단순히 도덕적 판단이나 법적 규제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이고 거대한 사회적 맥락과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여성들이 성매매가 아닌 다른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아동 청소년, 장애여성의 성매매 이야기에 익숙한 나에게는 ‘성매매’ 그 자체를 피해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주체성을 가진 당사자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성을 거래함에 있어서 공정한 가격이나 적당한 합의 지점은 존재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지만 그동안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바라본 나의 시각에서 조금 더 여성주의 관점으로 성매매 현장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반성매매와 인권옹호의 입장으로 성매매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사회구조의 문제들에 대해 알리고 이를 바꾸기 위한 활동들에 대해 함께 해야 한다. 착취라는 개념에 대해 더 신중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동청소년지원센터가 ‘성착취’라는 대안적 개념을 채택하여 정의하고 가시화함으로써 성매매 대상 아동·청소년은 피해자이며 이들에 대한 성적 이용은 학대 행위라는 입장을 정립했고 이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의의가 있다.”

“성매매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을 함께 고려할 때, 하나의 확고한 입장을 정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성매매가 사라져야 할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되는 의견들도 경청해야 현상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고,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건설적인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성매매가 점점 온라인 속에서 확장되고 피해자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 이 문제들이 먼 문제가 아니라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문제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노력과 활동이 필요하다.”

“성매매를 ‘일’ 즉 노동이라 칭했을 때 사람한테는 할 수 없는 신체 및 정신적 폭력, 수치심, 모욕, 낙인 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렇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하는 ‘일’이 노동을 하는 것일까? 폭력을 당하는 것일까? 세상 어느 누구도 함부로 대접받을 사람은 없음. 당사자 개개인의 존엄성 회복과 자활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함.”

“현장에 있으면서 성매매 ‘담론’을 논리로만 펼쳐놓으면 현장을 직관적으로 이해해야하는 상황과 잘 연결되지 않아 어려움도 많다. 평등하지 못한 일상에서 차별을 발견해 가며 불평등한 구조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성매매에 대한 입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성산업은 경제적 불평등과 젠더 및 섹슈얼리티 권력 관계 등 사회 구조적 문제. 반성매매+여성주의에 근거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성노동 담론을 배척해야 하는 것이 아님. 딜레마를 탐구하고 고민하는 것은 필요함. 이원화되고 불평등한 젠더문제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 이성 간 성매매지만, 성매매는 젠더문제만 가지고 설명할 수는 없음.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넘어서서 성매매가 필연적으로 가지는 권력 구조와 만성화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

“난생 처음 바다를 보고 좋아한 그녀, 20년이 넘도록 성매매 집결지에서 생활하던 그녀에게 세상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들이 탈성매매 후 적응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우리가 본 폭력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일반 사람들이 평범하게 여기는 ‘평범한 일상’이 ‘희망’이었고 희망을 꿈꾸며 준비하는 곳이 우리가 함께하는 이곳.”

2025년 주제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차별경험, 그리고 우리의 연대입니다.

To be continued in the next epis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