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렬 대통령은 2022년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고, 2023년 여성폭력 방지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여기에 디지털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도 포함었다. 2024년 8월 말, 딥페이크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었는데도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범죄를 정당화하고 피해자를 탓하며 위축되도록 조장하려 하였다. 그러나 피해자와 시민들의 연대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9월 6일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집회에서 그들은 함께 분노를 표출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부조리한 정부와 가부장적 남성문화에 맞설 의지를 다졌다. 이에 정부는 재발방지를 위해 시급히 대책 마련을 하겠다 하였지만 과연 그 약속은 이행되었는가?
지난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폭력 사건 수는 7월 말 297건에서 9월 10일 기준 513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10월까지 접수된 총 964건의 사건 중 506명만 검거한 상황이라 한다. 이에 정부는 11월 6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24시간 상담체계 구축을 위한 예산·인력 확대, 위장수사 및 인터넷 회선 감청 허용을 포함한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이슈가 터진 이후 국무조정실에서 ‘딥페이크 대응 범정부 TF’를 꾸린 지 2개월여 만에 내놓은 대책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디지털 성폭력의 근본 원인인 구조적 성차별을 간과하고 있으며, 2019년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발표된 대책들과 큰 차별점이 없다. 피해자 지원, 예방교육 강화, 인터넷 사업자 책임 강화 등의 내용은 이미 반복적으로 제시된 내용일 뿐이다. 또한, 정부의 대책은 범죄 예방보다는 사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려면 사회적 경각심과 구조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그저 정책만 마련해놓는다면 사회는 절대로 변화하지 않는다. 딥페이크성폭력 가해자의 83%가 10대청소년이란 결과를 맞이한 현실은 사회적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혐오, 비하하는 문화가 사회의 깊이 뿌리 박혀있음을 증명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성평등 교육의 확대와 여성폭력 방지 예산 확충이 이루어져야 한다. 젠더 관점을 반영한 디지털 질서 정립과 성평등을 위한 종합적 대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지난 4개월 간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신고한 결과로, 딥페이크성폭력 사건들과 그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여성을 대상화하고 혐오하는 통념을 드러내는 놀이문화의 탈을 쓴 폭력들이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단순히 이슈화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한 지속적 지원과 연대가 필요하다. 정부의 미흡한 대책 속에서 시민들은 염증을 느끼면서도, 지난 9월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가해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감시하며,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을 다짐했었다.
앞으로도 문제 해결의 책임을 지닌 정부와 사법기관을 주시하며,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 피해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평온한 일상과 권리를 회복할 때까지 우리의 연대와 지지 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이전 정책들을 재탕 하고, 우리의 눈을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아닌, 청소년 문화에서 타인을 혐오하거나 조롱하며 잘못된 방식으로 남성성을 과시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 이를 조장한 사회적 문제를 성평등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예방책을 정부가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딥페이크성폭력피해자와 그에 연대하는 우리 시민사회에 대한 존중이고 책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