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성판매 여성 비범죄화, 불처벌을 위한 질문 : 한국사회는 탈성매매를 원하는가?

성매매/성판매 여성 비범죄화, 불처벌을 위한 질문

한국사회는 탈성매매를 원하는가?

 

사회 안에 성매매가 존재함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삶에 대한 폭력에 기반해 있다는 사실은 ‘분리’된 채
일상적 사회로부터 ‘해리’되어 있다.      최현정(2006)

 

성매매는 몇몇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안전망이 부재한 사회에서 언제든, 모든 계층의 인간에게 닥칠 수 있는 사회문제이다. 성매매는 단순히 성구매 남성과 여성 중 누구를 처벌해야 하느냐의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다. 성판매를 알선하는자, 성을 매수하는 자, 성산업을 지배하는 거대한 구조가 성매매 시장을 이끌어간다.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한 형태이며 인간 존엄성의 침해이다.

 

한국은 2004년에 성매매방지법을 시행했는데 “성매매 알성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처벌법)”,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보호법)”을 함께 아우르는 법이다. 2000년 군산 대명동 성매매업소 화재참사와 2002년 군산 개복동 성매매업소 화재참사 시 수많은 성매매 여성이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되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거세었다. 당시 한국은 세계무대에서 성매매가 자유로운 나라로서 비난을 면치 못했고 다급해진 정부는 여성인권단체들의 움직임과는 결을 달리한 채, 성매매여성을 포함한 성매매 단속과 처벌 방향으로 바꾸어 성매매방지법을 입법했다. ‘성매매방지법’은 기존의 ‘윤락행위등방지법’이 가진 “건전한 성풍속”이라는 허구의 질서를 바탕으로, 성매매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는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 즉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 행위자’로 처벌하고 있으며, 성구매 남성보다 더 가혹한 처벌률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불완전한 법으로 인해 정부의 성매매 정책은 실종되고, 성매매 여성들은 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성매매를 포함하여 성매매 현장에서 경험하는 각종 피해조차도 제대로 호소하지 못해왔다. 다만 성매매 알선자, 성구매자, 성매매 시장을 이끌어가는 대부업과 성형 시장 등 지하경제가 은밀하고 거대하게 확장되고 있을 뿐이다.

 

불법촬영과 비동의유포, 스토킹, 2차 가해, 가스라이팅과 그루밍, 협박과 살인 등의 젠더폭력은 사실 그 위치만으로도 불안하고 취약한 성매매여성들에게서 가장 먼저 실행되고 진화해 왔다. 그녀들이 행위자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없었더라면, 여성들은 업소와 구매자의 착취와 폭력에 관해서, 디지털 내에서 소비되는 자신들의 정보가 본인들을 얼마나 압박하는 족쇄가 되는지에 관해서, 구매자 연대의 잔인함에 대해서 그나마 발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성매매가 만연하고 성매매 여성이 내부 고발하지 못하는 사회에 사는 우리는 약자에 대한 지배와 통제가 ‘돈을 주면 정당하다/ 돈을 주었으니 괜찮다’는 메시지를 허용하는 것을 목격하며 살아가고 있다.

반성매매 단체들은 20년에 가까운 성매매방지법 개정을 위한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2022년 3월에는 ‘성매매방지법’ 제정 20년을 앞두고 성매매여성처벌조항삭제 및 성구매 수요차단을 위한 법개정을 목표로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를 발족했다. 이는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위한 비범죄화(노르딕 모델)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노르딕 모델은 성평등 모델로 불려진다. 성매매를 합법화한 어떤 나라도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살인을 멈추지 못했으나, 노르딕 모델을 실행한 국가인 스웨덴에서만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살인을 줄일 수 있었다.

 

1)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 성매매 여성 처벌 조항 삭제 : 성매매는 본질적으로 폭력적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견뎌내는 것은 착취와 학대에 해당, 성매매 했다는 이유로 범죄자로 처벌 받아서는 안 된다.
2) 성매수, 성매매 알선 처벌 강화 : 성관계를 위해 인간을 대상화하고 평가하는 것은 착취적이다.
성매매 여성은 안전하지 않다. 성매매를 줄이기 위해서는 성매매를 유발하는 수요를 규제해야 한다.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 성매매여성처벌조항삭제, 성구매수요차단을 위한공동행동

 

그렇다면 성매매 합법화 국가들의 성매매여성 인권 현실과 성산업 축소 효과는 어떨까?

네덜란드는 2000년 성매매 집결지 및 포주 행위 금지법을 폐지했다. 이로써 라이선스 있는 집결지에서 합법적 고용 계약이 가능하다. 이러한 폐지의 목표는 시스템 안에서 성매매를 규제하고 범죄와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결과 현재 네덜란드 성산업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폭력이 유지되고 있다. 성산업 규모는 축소되지 않았고 신종 업소는 증가했다. 여성에 대한 높은 수준의 통제가 있음에도 여성들이 스스로 자발적인 고용이라고 생각하는 효과가 발생했으며, 에스코트 분야의 성매매 된 자의 연령이 매우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오히려 성산업의 95% 이상의 여성들이 계약 없이 일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탈성매매를 위한 서비스 접근도 또한 매우 낮다.

독일은 2002년 성매매법을 시행했는데 이 법을 통해 성매수자와 성매매된 자의 계약적 관계가 합법화되었고 여성과 집결지 간의 고용관계 또한 가능해졌다. 이러한 시행의 목표는 성매매된 자의 지위 및 근로조건 향상, 관련 범죄 감소, 탈성매매 지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결과 현재 성매매 여성들은 극심한 폭력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고, 오히려 강압적인 성매매를 증명하기가 어려워졌다. 근로조건 개선은 극히 일부분 있지만 여성들은 고용계약을 하기보다는 계약 외의 거래를 하고 있다. 성매매를 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은 여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회보호 서비스 접근도 낮으며 특화된 탈성매매 프로그램 또한 없다.

 

성산업을 축소하기 위한 목표 아래에서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주장들은 너무 안일하다. 성산업은 단순히 어느 한쪽을 잘라내거나 법질서 위에 줄 세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노르딕 모델 또한 한국 사회에는 어떻게 접목하고 응용해야 하는지 과제가 많다. 성매매/성착취를 묵인하는 국가적인 체계에 대해, ‘왜 남자만 처벌해, 여자도 같이 잘못한 거잖아’라고 말하며 성매매를 지극히 개인적인 성도덕의 문제로 치환해 버리는 사회에 대해, 우리의 저항과 질문이 필요하다.

이제는 성매매 여성에게 탈성매매를 원하느냐는 질문 대신, 성매매 여성에게 사회적 처벌과 차별과 낙인을 당연히 여겨왔던 우리를 포함한 한국사회에게 국가적인 탈성매매 사회를 원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탈성매매한 사회와 누구나의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성산업 안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성매매/성판매 여성들의 안전과 불처벌부터 보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성매매라는 거대한 사기 안에서 여성들은 내부고발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 이루어야 하는 원칙들을 여기에 몇 가지 나열한다.

 

세계인권선언(1948)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누구도 고문, 잔혹, 비인도적, 모멸적인 처우나 처벌을 받아서는 안된다.
유엔 협약(1949) 성매매는 인간의 존엄성 및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1979) 당사국은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 성매매에 의한 착취를 금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1. 본 글은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카드뉴스/보도자료/선언문 등을 활용하고 일부 인용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2. 그 외 참고 자료
  • 최현정(2006). 만성적 외상에 대한 해리경험이 성매매여성의 외상성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 서울대학교 임상·상담심리학 석사학위 논문.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기획 및 김대현·김주희 외(2022), 불처벌, 휴머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