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샘 윤순녀 대표 가톨릭 신문 인터뷰 기사

천주교성폭력상담소&쉼터 윤순녀 소장

“지역 공동체 중심 사회안정망 마련을”

상담치료·전문인력 양성교육 등 전개
성폭행 재발 방지 위해 신고·지원 필수

매일같이 뉴스 사회면을 장식하는 사건사고로 성폭력이 빠지는 날이 드물다. 최근에는 성범죄 재발방지를 위한 전자팔찌 부착 논란이 들끓고 있다.

성과 관련한 문제는 피해자든 가해자든 밖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속성이 있다. 그만큼 해결도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의 성범죄 신고율은 8%가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에서도 신고율은 18% 정도의 비율을 보인다.

“성폭력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신고와 전문적인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근친 강간의 경우 어려서부터 피해를 입고 또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정신적 피해도 심각합니다.”

‘천주교성폭력상담소 & 쉼터(www.peacewell.org 02-825-1272)’ 윤순녀(수산나.64) 소장은 “우리사회에서 발발하는 성폭행의 경우 가해자의 80% 이상이 가족 혹은 안면이 있는 이웃들이어서 숨기려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지난 1998년 문을 연 ‘천주교성폭력…’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신체적, 정신적 치료는 물론 상담치료와 성폭력예방교육사업, 전문인력양성교육, 아동성학대 대응능력강화사업, 저소득층 아동 무료 방문상담 등을 펼친다. 또 장기 치료와 자립 등 사회적응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쉼터도 운영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성폭력 전문 상담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천주교성폭력…’외에는 분야별로 지원하거나 가정폭력 혹은 가출소녀상담소 등과 병행 운영하는 기관이 대부분이다.

윤소장은 정신대 문제를 접하면서 성폭력의 심각성을 새삼 깨달았다. 수십년이 지나도록 성폭행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할머니들의 실태를 보자, 현재 사회 곳곳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상처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성매매업소를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피해자들은 자존감을 거의 잃어 사회적응에 어려움이 큽니다.”

피해자를 돕기 위해 윤소장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조한다. 피해자들이 상담소를 찾아오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며, 가족치료를 위해서도 가정방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급증하는 것도 큰 이유로 꼽힌다. 상담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13세 이하의 어린이다.

이에 따라 ‘천주교성폭력…’은 지난해부터는 서울 동작구와 연계해 ‘아동 성학대 지킴이단’도 발족해 관심을 모았다. 성폭력을 예방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데 지역주민들이 직접 나서자는 취지로 모인 자발적인 봉사단이다. 현재 지킴이단은 마을버스 등에도 안내문을 부착하고 예방캠페인을 펼치며, 소외 계층들을 중심으로 가정방문 상담 등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윤소장은 특히 성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가해자 재활 프로그램 운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또 장기적으로 무분별한 대중문화를 정화시키는 노력이 지속돼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윤소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간의 관계 회복”이라고 설명한다. 상처를 회복한 후 다시 돌아갈 곳은 바로 가정이기 때문이다.

윤소장이 현장에서 겪는 또다른 어려움은 낙태를 막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성폭행으로 생긴 아기는 무조건 낙태하는 것이 현실이다. 윤소장은 언제 어디서든 생명만은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현장에서는 대책없이 아이만 낳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항의를 자주 받는다”는 윤소장은 “생명수호를 위해 아기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절실한 문제”라고 밝혔다.

“성폭력도 교통사고처럼 하나의 사건사고입니다. 신고를 통해 전문적인 지원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피해자가 오히려 죄의식을 갖고 살게하는 사회 분위기를 시급히 개선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데 각 지역공동체가 적극 연대하길 기대합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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