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말의 모순과 무지에 대하여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말의 모순과 무지에 대하여

 

2022년 2월 4일 한국일보는 윤석열 대통령후보가 ‘더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간의 문제이다’라는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반성폭력 활동을 하며 성차별과 성폭력이 구조적인 문제임을 매순간 절감하는 활동가들은 이 말의 모순과 대통령후보의 성차별에 대한 무지에 놀라움을 금치 못 하였습니다.

 

‘차별’이란 사전적으로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둘 이상의 대상을 차이를 두어 구별하는 또 다른 존재가 있을 때 가능한 말이며, 우리는 둘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 집단을 ‘사회’라 칭하므로, 차별이 발생되는 모든 물리적, 심리적 공간은 ‘사회’입니다. 즉, 사회에서 특정성별이라는 이유로 차이를 두어 구별한다면 그것은 구조적 성차별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통계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2021년 경찰청에서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성폭력범죄의 가해자는 남성이 96%이며, 스토킹처벌법으로 검거된 가해자의 82%가 남성이었습니다. 2020년 한국여성의전화의 발표에 의하면 남성파트너에게 살해당하는 여성이 최소 97명이며, 다행히 살인미수의 위협으로부터 생존한 피해여성은 137명입니다. 반면 살인, 강도, 강간 등 전체 강력범죄 피해자는 여성이 85%가 넘습니다. 여남 간 힘의 균형이 존재한다면 이런 범죄가 발생할 수 있을까요? 여성을 종속적인 대상으로 위치시키고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속박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는 사회에서 차별과 폭력은 형태를 달리하며 변화하고 양산되고 있을 뿐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정치인은 다양한 사회의 문제를 읽어내고 그 대안점을 정책으로 만들어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국가기관의 통계가 보여주는 사회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모순되고 왜곡하여 해석하는 모습은 여성을 배제하고 혐오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라 이해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말의 모순은 2022년 발생한 두 가지 사건으로 다시한번 확인이 됩니다. 그 하나는 인하대학교 \성폭력 사망사건이며, 또 다른 하나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입니다.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은 우리가 사회적안전망으로 인식했던 학교조차 여성폭력의 현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물론, 성폭력에 저항하던 피해자가 생명을 잃는 것을 목도한 사건이었습니다. 학교 안에서 성평등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폭력 예방을 위한 노력은 무엇인지, 여성도 동료학우로 존재하는 것인지, 여성의 성적자기결정은 어떻게 배제되어 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신당역 스토킹살인사건은 여성이 경험하는 수많은 성폭력이 망라된 사건이었습니다. 성폭력피해자가 문제제기 후 겪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기우가 아니라는 것, 성폭력으로 직위해제된 직원을 조직에서 얼마나 방만하게 관리하고 있었는지, 불법촬영이나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속했던 학교나 조직이 성차별이나 성폭력에 대한 엄격한 예방교육과 피해자보호를 위한 체계가 있었다면 우리는 이 피해자들이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도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주장을 성폭력 부분으로만 봐도 이렇게 반박할 수 있는 말이 많은데 성별임금격차, 성별고정관념,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 팬데믹 시기 여성 실업율 등을 OECD 기준으로 제대로 토론한다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무지한 발언은 존재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국가는 차별과 혐오,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책무가 있습니다. 폭력의 형태와 원인을 파악하고, 전사회적 대책안을 마련하는 것 또한 국가의 역할입니다. 이를 사회구조가 아닌 개인만의 문제로 돌린다면 국가는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 성평등한 정책, 피해자 중심의 지원체계 강화, 조직 및 사회의 제도 및 인식개선이 더욱 필요한 이유 또한 국가가 해야할 마땅한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본 상담소는 현 정부가 모순과 무지의 정치에서 성평등과 인권감수성이 강화된 정치로 변화하길 바라며 더욱 굳건하게 싸워나갈 것입니다.

 

_ 인하대학교 성폭력사망 사건의 토론회에 발제로 함께 했습니다.

    ⇒ 토론회 자료집 보기 https://peacewell.org/?p=4720

 

_ 신당역 스토킹사망사건의 피해자 추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