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발언1. 사건 내용 및 쟁점 공유

불법촬영 동반 준강간 사건 엄정 수사 촉구 기자회견

 

 

 

발언1. 사건 내용 및 쟁점 공유

 

 

: 유호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피해 이후 진행 상황

 

2020.07.17.~18 약물 의심 성폭력 피해 및 카메라이용촬영 피해

2020.07.31. 피해자, 가해자의 핸드폰에서 본인의 나체 사진 발견, 경찰 신고

2020.08.12. 피해자 1차 진술 조사

2020.08.21. 고소장 제출

2020.09.19. 피해자, 가해자 핸드폰 포렌식 결과 탐색 참여

경찰, 추석연휴 이후에 노트북 압수수색 진행하겠다고 말함.

2020.10.27. 피해자 2차 진술 조사 (약물에 의한 강간 추가 진술)

2020.12월 초. 유포 정황에 따른 유포 수사 요청하는 변호사 의견서 제출함.

2020.12.10. 경찰, 가해자의 노트북이 파기(임의제출 요청)되었다고 말함.

2020.12.~2021.1 피해자, 경찰청장 및 여성가족부에 탄원서 제출

수사팀 및 담당 수사관 변경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촬영물 감정 의뢰 절차 진행함.

2021.3월 중순. 경찰, 국과수 감정 의뢰 제출함.

 

 

이 사건은 피해자가 데이트상대의 핸드폰에서 우연히 자신의 나체 사진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신고한 날부터 약 2주 전인 20207, 여느 때와 같이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피해자는 평소 주량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양의 술을 마시고 갑자기 정신을 잃게 됩니다. 피해자가 발견한 것은 이 날 의식이 완전히 없는 상태에서 찍힌 나체 사진들이었습니다. 이후 가해자의 핸드폰 디지털 포렌식 조사를 통해 추가로 확보된 피해촬영물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영상 속 가해자는 피해자가 의식이 있었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성적 가해를 했고 피해자는 철저하게 성적 대상화된 채 인간이 아닌 것처럼 취급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포렌식 조사 이후 피해자는 불법 촬영 피해에 이어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한 강간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인지하게 됩니다.

 

2019, ‘버닝썬클럽 사건이 공론화되며 소위 데이트 강간 약물로 불리는 약물이 성폭력 가해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졸피뎀, GHB 등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이르는 말로 술에 타서 먹으면 단 몇 분만에 의식을 잃지만, 24~72시간 이내에 몸 밖으로 배출돼 범죄에 악용되기 쉽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의 가해자 역시 이러한 약물을 이용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피해자는 평소 주량보다 매우 적은 술을 마시고도 완전히 기억과 의식을 잃었으며 가해자는 유학 생활 중 종종 마약을 하며 피해자에게 약물을 권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피해자는 포렌식 결과로 나온 영상을 통해서 약물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 속 피해자는 피해자 본인의 일상적인 모습도, 목소리도 전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만에 완전히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성분의 약물을 이용했다면 당연한 사실이지만, 뒤늦게 피해를 인지하고 고소를 진행한 피해자로부터 약물 검출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약물이 검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상 감정만으로는 약물 이용에 관한 판정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성폭력 상담소에서 지원하는 수많은 약물 의심 성폭력이 이 사례처럼 약물 검출이 되지 않고, 결국 검출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기소 처분되거나 법적 처벌을 피해갑니다. 담당 수사관은 변호사가 소통을 계속 시도했음에도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다가 갑자기 검찰 송치 예정임을 메시지로 통보(2020. 12)하고 피해자에게 말한 것과 달리 가해자의 노트북을 압수수색하지 않고 임의제출 요청함으로써 결국은 중요한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렇게 수사관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약물 검출되지 않았다는 검사 결과는 여느 사건들처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불확실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러나 약물 검출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해자의 성폭력 혐의를 부정하는 유일한 증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가해자의 약물 사용 이력, 피해자의 심신 상실 상태가 의심되는 영상 등을 통해 약물이 사용되었다는 여러 정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 약물인 물뽕이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것은 1998년입니다.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국내에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부실하고 관련 수사기법은 전혀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약물 의심 성폭력이 불기소가 되고 성범죄자가 처벌받지 않는 현실이 더 이상 되풀이되어서는 안 됩니다. 2019, 버닝썬 클럽의 성범죄가 공론화된 후 경찰은 약물 성범죄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기로 약속하고 수사지침서를 개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년 전의 약속을 되새겨 이 사건의 여러 약물 의심 정황들과 촬영물을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가해자들은 절대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추가로 우리 공동주최 단위는 이 사건에서 드러나는 유포 정황에 대한 촬영물 유포 수사를 요구합니다. 피해자는 신고 당일 가해자의 핸드폰에서 본인의 나체 사진뿐 아니라 가해자가 SNS 메시지로 누군가에게 사진을 전송했던 흔적을 봤습니다. 또한, 포렌식 결과로 나온 파일의 경로값에는 kakaotalk, facebook 등의 단어가 포함되어 있어 해당 플랫폼에 촬영물 유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경찰은 촬영물 유포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유포 관련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확보된 증거들과 의심 정황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유포 수사를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 약물 등으로 인해 의식이 없었던 피해자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피해가 더 있었을지 모르기 때문에 크게 불안해합니다. 경찰은 이 사건을 포함하여 불안해하는 많은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카메라이용촬영과 약물 의심 성폭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시행해주시기 바랍니다. 약물 검출이 되지 않더라도 다른 합당한 정황과 증거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을 때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은 근절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