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발언3. 유포 여부 확인은 피해회복의 첫 걸음이다

불법촬영 동반 준강간 사건 엄정 수사 촉구 기자회견

 

 

 

발언3. 유포 여부 확인은 피해회복의 첫 걸음이다

 

 

: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팀장)

 

2020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접수된 전체 피해 유형 중 약 56.8%는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입니다. 불법촬영, 비동의유포, 유포협박, 촬영물을 성착취 하는 과정이 있었던 온라인그루밍의 유형을 합한 값입니다.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 사건의 피해경험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 활동가들은 더 깊은 대화를 나누어봅니다. 피해경험자가 신고를 하고 싶은 이유를 탐색해보면 많은 경우 첫 번째 이유로 피해의 중단을 꼽습니다. 여기서 피해의 중단은 유포의 중단 뿐만이 닙니다. 가해자가 갖고 있는 촬영물의 완전한 삭제와 유포 가능성의 차단까지를 포함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수사기관에 요청하면, 나의 피해를 열심히 진술하고 증거자료를 제출하면, 이제는 안전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는 전혀 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가해자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말하여 수사가 종결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가해자가 피해경험자가 알고 있는 가해자의 핸드폰 말고 또 다른 핸드폰만 제출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또 즉각적인 압수수색이 이루어지지 않아 가해자가 충분히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핸드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전자기기를 제출할 수 있기도 합니다. 수사기관이 구글 드라이브 등 온라인 저장공간까지는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도 너무 많습니다.

 

사이버성폭력은 피해경험자의 신체와 분리된 채로 발생합니다. 피해경험자의 신체가 재현된 이미지로 이루어지는 폭력은 피해경험자가 알 수 없는 곳에서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완성됩니다. 그래서 분명 피해경험자 본인의 사건인데도 피해경험자는 사건의 대응 과정에서도 소외되기 십상입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무엇을 해야합니까. 피해경험자가 스스로 닿을 수 없는 폭력의 현장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피해경험자가 닿을 수 없는 곳을 수사해야 합니다.

 

혹자는 사이버성폭력의 경우 기록이 남기 때문에 더 수월히 진상 규명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이버 공간이 성범죄를 숨기기 쉬운 가해자의 공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성범죄 기록이 남기 때문에 끝끝내 잡힐 수 밖에 없는 우리의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수사를 누가 할 수 있습니까. 권력과 기술을 가진 수사기관은 사이버공간을 누구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유포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요. 가해자 핸드폰 포렌식 결과 피해경험자가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강간 및 불법촬영 피해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갤러리 폴더와 페이스북, 카카오톡 폴더에서 파일을 업로드 하거나 보관한, 또 재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값이 발견되었습니다. 또 가해자의 핸드폰에선 지메일을 통해 파일을 다운로드 받고, 삭제하고, 다시 지메일을 통해 다운로드 받은 값이 나왔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불법촬영물 중 일부는 피해경험자가 불법촬영 피해를 인지하기 최소 3개월 즈음 이전부터 촬영한 것이 명백합니다. 해당 파일들은 카카오톡 등 어플리케이션 폴더 내에 존재하거나 유사한 캐시 정보로 복원되었습니다.

 

피해경험자가 디지털포렌식의 전 절차에 참여하지 못해 위의 정보들이 정확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불법촬영이 피해경험자가 인지하기 전부터 있어왔고, 이 촬영물들을 페이스북, 카카오톡, 지메일 등 외부 저장공간에 업로드하였고, 이 촬영물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노출될 수 있었으며, 가해자 본인 핸드폰에서는 파일을 삭제하고 다운로드 받는 과정이 여러 차례 있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입니다.

 

피해경험자는 본인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경찰에서 진술을 하고, 성폭력상담소를 찾고, 디지털포렌식 과정에서 본인 확인 등의 필요한 일들을 어렵지만 해냈습니다. 이제 수사기관이 응답할 차례입니다.

 

2020년 본 단체에 접수된 피해 유형 중 7.4%는 불안피해입니다. 촬영이나 유포가 되었는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촬영이나 유포가 발생했을 것 같아 불안감을 느끼는 피해를 말합니다. 수사기관은 불법촬영 피해경험자가 재유포나 불안피해와 같은 또 다른 피해는 최대한 겪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사와 재판이 끝났는데도 가해자의 전자기기가, 온라인 저장공간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아 촬영물이 또 유포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불안을 갖고 오시는 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아직 수사 단계입니다. 피해경험자에게 수사과정이 재유포를 막고 불안피해를 해소하는 과정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아직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유포 정황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합니다. 가해자의 모든 전자기기와 온라인 계정 및 온라인 저장공간에 대한 수사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경찰은 피해경험자가 이미 내딛고 있는 피해회복의 발걸음에 함께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