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전 서울대 A교수에 대한 1심 무죄판결 규탄

 

오늘 6월 29일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A교수 성폭력에 대한 1심 재판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상담소 활동가들도 참여하여 연대발언을 하였습니다.

아래 기자회견 전문입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뀔 차례다

 

권력형 성폭력 및 인권침해 혐의로 서울대학교에서 해임된 서어서문학과 A교수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우리는 이 판결이 불평등하고 불합니하며, 다른 피해자들마저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사법정의의 역행이라고 말하겠다.

처음부터 평등할 수 없는 재판이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학내 조사 및 경찰 수사, 언론 등에서 실명을 밝히며 피해 사실을 알려 달리 접근할 여지가 있다’는 A교수측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용인했다. 피해자가 부당한 비난과 불이이그이 가능성을 무릅쓰고 실명으로 문제를 공로노하한 것이 처음보는 배심원들 앞에서 피해 사실을 반복해서 말해야할 이유가 된 것이다. 결국 1심은 사건의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배심원들에게 ‘피해자를 의심해야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다투는 괴상한 법정으로 전락했다. A교수측은 사건 그 자체와는 관련이 ㅇ없는 피해자의 말 토씨 하나하나를 꼬투리잡았고, 맥락 없이는 자칫 의미심장하게 읽힐 수 있는 조력자들의 대화 내용을 발췌하여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그 속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상황을 모두 재연하면서도, 자신의 피해를 부정당하는 경험 속에 놓여야만 했다.

 

A교수는 반성은 커녕 황당한 주장을 쏟아냈다. 스페인은 남녀의 스킨십이 자유로운 정열적인 문화인데 그 영향을 받았다거나, 사건 이전에 찍힌 바닷가 사진을 들이밀며 피해자라면 어떻게 가해자와 웃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었겠냐고 묻고, 피해자의 공론화를 조력자들이 조작한 ‘기획 미투’라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의 민주주의적 가치와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성폭력과 인권침해는 다수결 민주주의에 맡겨둘 수만은 없는 종류의 사건이다. 생계형 범죄와 같이 고정된 법전의 규정은 담지 못하나 시민의 감수성이 포착해낼 수 있는 사회적 맥락을 가진 사건의 처벌을 민주주의로 정하는 것과, 오히려 사회적 인식이 피해자에게 낙인과 편견을 가하고, 가해자에게는 막강한 지위와 발화 권력을 부여하는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유무죄를 겨우 이틀 간 참여재판으로 판단하는 것은 다르다. 위계 관계에 대한 고려, 사회적 편견의 배제, A교수가 물고 늘어진 ‘피해자다움’은 성폭력 사건의 실제와 사회적 인식의 간극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기도 한다.

 

서어서문학과 A교수 사건이 ‘기획 미투’라면 각몬가는 국가고, 기획자는 사법부다. 국가는 여성혐오와 성폭력 방관하고 방치했고, 특히 교수와 사회적 권력을 가진 이들을 최소한의 감수성을 지닌 시민으로 길러내고 훈련시키는 데에 실패했다. 그리고 사법부는 가해자들에게 무죄나 솜방망이 처벌 따위를 선고하는 것으로 화답했고,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불가능한 증거를 요구하며 법원의 문턱을 높였다.

 

자꾸만 가해자들에게 ‘이 정도 까지는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사건의 재팔방지’라는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훼손하는 사법부는 변화해야만 한다. 사법부가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또 부정의한 판결로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을지 끝까지 지켜보고 싸우겠다. A교수는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의 가해자로,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에서 해임되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뀔 차례다.

 

2022.06.29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A교수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학생·시민사회 공동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