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재판부는 대학 내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다움 강요 말고, 위력관계 집중하여 판단하라!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A교수성추행 사건 1심 무죄 판결에 대한 입장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가 내린 이번 1심판결은 학생과 교수 사이의 위력관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판결이다. 학생에게 있어 교수란 학점, 논문지도, 진로와 고용의 기회를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존재이다. 따라서 교수와 학생 간에 발생한 권력형 성폭력을 판단할 때는 가해자가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졌는지, 피해자는 가해자의 권력에 의해 어떠한 상태였는지 면밀히 검토하였어야 한다.

 

본 사건의 가해자는 피해자의 지도교수로, 피해자의 학위과정 및 졸업에 전권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가해자의 지도를 가장한 요구들이 사제 간의 도를 넘고 성폭력피해상황으로까지 번지자 거부의사를 표현하였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교수로서의 위력을 과시하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피해자의 사생활까지 통제하려 하였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가해자의 위력과 그 안에서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취약한 위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죄를 선고하였다. 더구나 재판부는 고소 후에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공손한 말투를 사용한 점, 여행지에서 웃었다는 점 등을 피해자답지 않다고 주장하는 가해자를 엄중하게 벌하기는커녕 피해자가 불쾌함을 느꼈을 지라도 강제추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피해를 축소하기까지 하였다.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은 성적행위는 성폭력이며 명백히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이다. 또한 성폭력피해자가 평소와 같이 일상을 보내지 못할 것이란 인식을 드러내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요하는 사회적 통념이다. 성폭력 피해는 가해자와의 관계성과 피해자의 성가치관, 당시의 심리상태, 피해 환경, 이후의 사회적 조건 등 모든 요건이 맥락적으로 구성되는 사건이고 그에 따른 대응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대학 내 교수들의 성폭력은 서울대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대학 성희롱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3년간 접수된 학내 성폭력 사건이 매년 120~180건씩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388건의 성폭력이 발생했다. 그 가해자 중 42.4%가 교수다.(45.8%는 학부생)또한 지난 2021년 서울캠퍼스 대학원생 313명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실태 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24.3%가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다.그 가해자 중 65.5%가 교수다.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조치가 내려지는 것은 고사하고, 피해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가해자의 권력으로 인한 불이익과 2차 가해였다. 때문에 학내에서 문제제기를 하거나, 고소를 망설이는 피해자들이 많았다.

 

우리는 대학 내 위력 성폭력을 고려한 항소심에서의 상식적인 판결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를 통해 서울대학교를 포함한 대학 내 성폭력에 경종을 울리고, 학생들의 성적자기결정권과 학습권이 보장되는 교육의 전당이라는 제 역할을 수행하길 바란다. 더불어 위력을 통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하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제자들을 위협하는 가해자와 그런 가해자의 편에선 모든 이들에게 경고한다. 피해자들을 비롯한 학생,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여기 우리 모두는 이번 사건을 비롯한 가해 교수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도록 끝까지 감시하며 싸워나갈 것이다.

 

 

– 재판부는 ‘피해자다움’ 강요 말고, 위력관계 집중하여 판단하라!

 

– 학교 내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라!

 

 

천주교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