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주제 글쓰기] 고군분투했던 이유식 만들어 먹이기

 

 

고군분투했던 이유식 만들어 먹이기

 

글_햇살

 

글쓰기 주제로 “음식”이 결정되었을 때 이제 막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나로서는 ‘이유식’을 주제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정말 많은 음식이 있을 텐데 이유식이 떠오른 것을 보면 나는 육아휴직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 쓰고 힘들었던 것이라고 읽어야 하나 싶은- 중의 하나가 이유식 만들어 먹이기가 아니었나 싶다.

 

음식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 의식주의 하나라는 것은 성인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음식을 태어난 후 6개월이 지나면 모유나 분유만 먹던 아기가 모유나 분유가 아닌 다른 음식을 먹는 연습을 시작해야 돌에서 두돌 사이에 어른이 먹는 음식 정도로까지 먹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육아를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알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 중의 하나였으니 말이다.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책을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았는데 임신 중에는 변화하는 내 몸과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에 집중하느라, 출산이 임박해서는 출산 직후 아기 돌보기를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하느라 출산 후 6개월 이후 진행될 이유식 부분은 읽었어도 읽지 않은 것처럼 내 머릿속에는 중요 요소로 남아 있지 않았고, 이유식을 사서 먹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모유 수유를 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몰랐다!! 이유식을 만드는 일이 요리를 할 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어렵고도 힘든 일이라는 것을…그리고 음식이 꼭 필요한 기본 요소인 이유만큼이나 아기에게 이유식을 통해 꼭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고, 무거운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나를 압박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내가 주는 이유식으로 인해 더 건강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에 나는 이유식을 할 시기가 되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사실 사서 먹일 생각이었으나 쌍둥이를 임신한 순간부터 모든 비용이 2배가 되는 현실과는 반대로 낳고 보니 단태아에 비해 더 작고 더 약하게 태어난 아이들을 보면서 뭔가 더 잘 먹이고 잘 챙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모유 수유를 성공시켜보고자 했으나 노력에 비해 그 결실이 너무 빈약해 처음부터 모유와 분유를 혼합해서 수유했었다. 그래서 이유식이라도 내 손으로 만들어 먹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선뜻 이유식을 사서 먹일 수 없었다. 친정 부모님도 남편도 사서 고생한다며 말렸는데 그땐 왠지 내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야 작고 여린 아가들이 더 튼튼해질 것 같은 마음에 나는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기로 결심했다.

 

이유식을 할 시기가 점차 다가오자 아기가 6개월만 모유나 분유를 먹고 이후 부터는 이유식을 함께 먹어야 한다는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받아(?)들이고, 만들어 먹이고 싶은 마음과 시판 이유식을 주문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마음도 다잡고 이유식 레시피 책을 폭풍 검색 후 이유식 레시피 책 2권과 이유식 조리 도구와 보관 용기를 샀다. 이유식 조리 도구와 보관 용기를 사면서 쌍둥이라 이것도 더 많이 구매 해야 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지만 나는 쇼핑의 즐거움을 느끼며 이유식 만들기 첫발을 내디뎠다.

 

내가 구매한 책에서 이유식은 초기(생후6개월, 미음)->중기(생후 7~8개월, 죽)->후기(생후9~11개월,3배죽 무른밥, 진밥)->완료기(생후12~18개월, 진밥)순으로 진행되며, 각 단계별로 음식의 질감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 되어 있어 이 부분을 신경쓰며 만들어야 했다.

 

쌀미음으로 시작하되 4일 간격으로 새로운 음식을 추가해서 만들어 아기가 새로운 음식의 맛과 식감을 조금씩 느낄 수 있게 하라는 이유식 책의 설명을 보면서 초기 이유식부터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쌀가루로 첫 미음을 만들어 아기들에게 먹여봤을 때 새로운 맛에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긴 했어도 낼름 받아먹는 모습을 뿌듯한 눈으로 보며 울 아가들은 이유식도 잘 먹네라며 첫술에 보람을 느꼈다.

 

만들기 제일 쉬운 초기 이유식 중에도 제일 쉬운 쌀미음 한번 만들어 먹이고 나서 기분이 좋아진 나는 ‘이 맛에 이유식을 만드나 보다’란 섣부른 생각을 하며 앞으로도 계속 어설픈 솜씨로 이유식을 만들어야 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3일치를 만들어 두는 이유식 에 들어가는 음식의 가짓수도 늘어가고 양도 많아지며 먹는 횟수도 늘어나니 그만큼 손질해야 하는 채소와 고기 등이 늘어가고 그만큼 이유식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도 늘어났다. 하지만 아기들은 잘 먹었다 안 먹었다, 먹는건지 마는 건지, 장난도 쳤다가 손으로 주물럭 거리다 그릇을 엎기도 하는 등 매끼 이유식 먹이기는 버라이어티했다.

 

이유식을 만드는 과정도 생각보다 힘든데 먹이는 것도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니!! 나는 하루 하루 지쳐갔다. 그렇지만 이유식을 만들면서 잘 먹는 날도 있었고, 포동포동 살이 오른 아가들 볼살을 볼 때면 왠지 이유식을 만들어 먹여서 살이 더 잘 오른 것 같아서 이유식 만드는걸 포기하진 못했다.

 

그러다가 아기들이 완료기 이유식을 지나며 잘 안 먹는 시기가 있었다. 만들어 먹이다 보니 이유식 책의 식단표를 참고해서 재료를 다양하게 넣어 만든다고 해도 내가 선호하는 재료나 아이들이 잘 먹었던 재료들 위주로 알게 모르게 식단표가 변경되기 마련이었고, 그러다 보니 비슷한 맛의 이유식을 자주 주어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한 맛의 이유식을 고민하게 되면서 나는 시판 이유식에 뒤늦게 눈을 돌렸다.

 

시판 이유식도 알고 보니 많은 회사가 있어서 고르는 것 또한 일이었고, 완료기 이유식쯤 되니 먹는 양이 많아져 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난 모유와 분유를 혼합수유 한 것처럼 이유식도 만든 것과 시판 이유식을 혼합해서 먹이기로 했다. 주문할 때의 기대와는 달리 아이들은 시판 이유식이라고 잘 먹지는 않았다. 내가 만든거랑 비슷하게 먹기도 하고, 잘먹기도 하고, 안먹기도 하고 주물럭 거리며 장난치며 여전히 버라이어티한 이유식 시간이었다.

 

하여튼 그렇게 나는 정신없는 이유식 만들기를 하다  20개월쯤 완료기를 조금 늦게 끝내고 이후 부터는 무염식 반찬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때도 반찬만 먹고 밥을 먹지 않는 등 우여곡절이 많은 식사 시간이 이어졌지만, 복직을 앞두고 25개월쯤부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고, 어린이집 적응 기간을 지나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오는 감격스러운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로 하루 세끼 차렸던 상차림은 두 끼로 줄어들었다. 복직하고 나서는 전쟁 같은 아침 시간을 보내면서 아침은 간단히 과일이나 빵, 우유, 오트밀 등으로 먹이고 있다. 이마저도 안 먹고 등원을 할 때도 있어 아침을 잘 먹여서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책하는 마음에 멈칫할 때가 있지만 한편으론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던 때의 나의 노력을 상기하며 자책감을 살며시 내려놓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