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주제 글쓰기] 나에게 음식만들기란

음식을 주제로 정하고 나서 참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주제가 방대 하다보니 도리어 무엇을 써야 할 지 모르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나의 소울푸드, 음식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주제를 정하는 것이 문제였다.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은 없고 추억의 음식도 없고 나의 소울푸드도 없고.

 

나는 음식 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아한다. 밖에서 사먹는 음식은 맛있지만 금방 싫증나고, 외부에서 만든 음식이 청결한 상태에서 만든 것인지 몰라 망설여지게 된다.

심리적인 이유가 더 클 수 도 있었겠지만 중학교 때였다. 그 당시에는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나 순대 튀김 등을 많이 팔았다. 포장마차에서 맛있게 튀김을 먹었는데 다 먹고 나서 파리가 튀김 위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신경이 예민 해져서인지 그 날 집에 와서 설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는 외부 음식점의 청결을 많이 신경 쓰게 되었다.

언젠가 냉동실에서 음식을 만들려고 놔둔 고기덩어리가 많이 녹았는데 음식을 만들고 나서 찝찝한 마음에 맛만 살짝 보았는데 바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 식중독으로 고생을 했다. 이러한 기억들로 인해 약간 상한 느낌이 들거나 냉장고에 넣었지만 다시 먹을 것 같지 않은 음식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고 과감하게 버리게 되었다. 누군가는 지옥에 가서 버린 음식 다 먹어야 한다고 한다. 근데 나는 지옥에 가지 않을껀데?

 

나의 부모세대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배고픔을 절실하게 경험하였고 풍족하게 먹고 사는 것을 가장 중요시했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식비에 대해 아낌없이 쏟아부으셨고 어릴 적부터 집에는 음식이 항상 풍족했기에 먹는 것을 중요시했던 것은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왕이면 비싸더라도 좋은 재료나 음식 사는 것을 당연시 했다. 그러나 현대의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굳이 식품들을 쟁여 놓을 필요도 없고 더더욱 혼자 살고 있어 음식 재료들을 쌓아 놓을 이유가 없다.

 

엄마와 동생네 가족들과 함께 살다 보니 음식을 만들 수 밖에 없고 그것이 습관화 되었을 수도 있다. 나의 음식 만들기는 이런 나의 상황들이 모두 종합하여 나이가 들면서 만들어진 것 같다

 

성인이 되고 나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계기가 된 후에는 음식 만드는 것이 재미있었다. 새로운 음식을 만들고, 책에 나온 음식과 비슷한 모양과 맛이 나오는 것이 신기했고, 그 음식을 먹어주는 사람이 맛있어 하면 더욱 기분이 좋았다.

처음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중고등학교때 쓰던 동아전과 같이 큰 요리책을 보고 만들었다. 햄버거스테이크도 만들고, 돈가스도 만들고 양념게장도 만들었다. 나의 양념게장을 드신 미국외삼촌은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는지 감탄하시면서 맛있게 드셨다. 큰외삼촌의 팔순때 집에서 만든 김치가 드시고 싶다는 말을 듣고 동생과 김치를 담궈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음식을 만들면서 먹는 사람을 생각하고 만드는 것이 나의 사랑이다. 내가 먹을 음식을 정성 들여 만들어 식탁에 정식으로 차림을 한 후 먹는 것 또한 나에 대한 나의 사랑이며, 내가 만든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는 것 또한 그들에 대한 나의 사랑이다. 만일 상대방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나에게는 어려울 것 같다. 만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는,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음식덩어리일 뿐이다.

 

요즘은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밀키트나 인스턴트 음식이 많이 있다. 인스턴트 음식은 편리하지만 그런 것들을 먹는 것이 나를 존중하는 것이 아닌 마음이 든다. 몰론 과자나 초코렛 등 인스턴트음식을 아예 안 먹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은 오직 기호식품일 뿐 식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배고픔을 때우기 위해 인스턴트로 간단히 먹는 것은 나를 학대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스턴트이지만 정성으로 만들었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미디어에는 건강과 관련한 기사가 넘치도록 많다. 어떤 병에 좋은 음식, 나쁜 음식,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등등 결국에는 모든 음식을 골고루 과하지 않게 잘 먹는 것이고 인스턴트 음식을 줄이라는 얘기다. 당연히 연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 나이가 되도록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 또한 부모의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나를 위한 사랑의 음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음식만들기란 대상을  생각하고, 음식의 재료를 선택하고 정성 들여 만드는 그 과정을 즐기는 나를 위한 힐링의 시간이다.    목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