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법 개정 1년, 그리고

얼마 전 평화의샘 활동가들은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여했다. 2020년 5월 일부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중 ‘대상 아동·청소년’ 삭제, 시행 1년 평가 토론회였다. ‘자발·강제’여부와 상관없이 성착취(성매매 등) 피해 아동·청소년이 보호받고 있는지 점검하고, 그 성과와 한계에 대해 돌아보는 자리였다. 온라인이었지만 전국의 수많은 활동가가 참여하였고 청소녀들의 성착취 피해나 그에 대한 지원과정에서의 한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화의샘이 지원하는 사건들 안에서도 여전히 사회적인 시선의 냉랭함과 조사과정에서 청소녀들이 처한 척박한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성매매 대상청소년에서 피해청소년으로 개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사건을 바라보는 경찰 의식은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에도 만 14세 지적장애 청소녀의 성착취 사건을 인지한 경찰이 피해청소녀를 우범소년으로 인식하고 치료감호를 위한 송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대해 경찰에게 아청법 개정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 뒤, 개정의 취지 및 청소녀를 우범소년으로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들을 설명했다. 또한 피해 청소녀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경찰과 수차례 논의를 거듭하여 설득하여 송치 계획을 제지할 수 있었고,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와 자비 없는 처벌을 위한 의견개진도 했다.

그나마 개정된 법이라도 있으니 이러한 의견개진이나 설득이 조금 더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수사 과정에 대한 예민한 관찰이 없으면 성착취 피해 청소녀에 대한 낙인과 처벌을 쉽게 놓칠 수 있는 위험은 여전히 있다. 청소녀의 성착취 피해의 원인이 청소녀에게 있지 않고 청소년의 성을 착취하고자 하거나 이미 착취한 가해자들의 몫이라는 인식개선활동은 법개정의 변화가 있음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포털사이트에서 아청법 개정을 검색해보면 법무법인들의 홍보성 글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아청법 개정되어서 청소년과 성적인 대화를 시도한 경우 실형을 받을 수 있다’거나, ‘억울한 고소를 피하기 위해서는 잘 대응해야 한다’, 혹은 ‘성범죄에 가해자로 휘말리게 될 때 도와드리겠다’ 등의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세상이 한 발 변화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한 발 뒷걸음치기도 하고 세상을 교란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거꾸로 가는 이들의 반격에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대응할 액션과 운동은 늘 한결 같지만, 결국 우리가 끝까지 붙잡고 가야 하는 건 ‘청소녀들과 끊임없이 연대하기’일 거다. 가장 최전선에서 싸우는 건 바로 청소녀들이니까. ‘연대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