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8일 오후 2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는 래모나 C. 알빈(Ramoa C. Albin, Cumberland School of Law, Samford University)교수와 강간죄개정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 활동가들이 함께하는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전날인 5월 27일 국회에서 진행된 토론회에 더불어 강간죄 개정을 위한 운동을 오랜 시간 지속해 온 활동가들의 실질적인 고민과 운동방향을 나누기 위한 시간이 마련된 것이었습니다.
1부는 강간죄개정연대회의 주관으로 마련된 자리니 만큼 각 단체들이 어떤 지향으로 운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를 하고, 사전에 들어온 질문에 알빈 교수가 답변을 하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질문은 크게는 <강간죄개정까지의 걸림돌 및 반대논리에 대한 대응>, <강간죄 개정이후 사법 실무에서의 쟁점 및 변화와 사회문화적 변화>, <동의와 연결된 쟁점들>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동의 기준’으로 강간죄를 개정하며 수많은 걸림돌이 있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강간신화’, ‘통념이나 편견’이었다고 합니다. 알빈 교수는 이 과정에서 ‘강간죄 개정’의 대원칙에는 동의하는 사람들 특히나 입법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습니다. 두번째로 강조한 것은 ‘동의’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가였다고 합니다. 주마다 법이 다르지만 알빈 교수는 명확한 한 마디를 했습니다. “자유롭고, 자발적인 의사의 동의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성폭력이다!!!”, 세번째로 강조한 것 중 하나는 동의와 연결된 여러 쟁점인 성매매, 이주민, 장애여성, 아동 및 청소년 등의 성폭력마다 생기는 허들이나 쟁점들을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알빈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결국 편견을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고, 미국에서는 성폭력피해자보호법이라는 것이 존재하여, 성이력이나 과거 피해이력 등을 거론할 수 없도록 한 것이 매우 큰 작용을 하고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2부는 활동가들의 다양한 질문과 답변으로 진행되었는데요. 활동가들의 질문에는 현장에서 겪는 실질적 어려움과 고민이 담겨 있어 함께 공감이 되기도 하였고 미국의 현실과는 다른 한국의 사법현실, 활동가의 고민과 법률가출신 학자가 가진 괴리도 알 수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의사능력이 결여 혹은 제한됨이 증명되어야 성폭력으로 인정받는 장애여성이 그 과정에서 주체성 또한 소거되고 있는 딜레마를 고민하기도 했고, 아동.청소년이지만 의제강간 연령은 아니기에 비동의강간이 처벌조차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동의없음이 수사.재판과정에서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하는 지도 중요할텐데 미국에서는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알빈 교수가 답변을 한 것의 가장 중요한 중심축은 결국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다양한 지위와 상태가 반영되는 하이브리드 조항(동의여부, 유형력, 위계위력 등)이 들어가는 개정이 되면 좋을 것에 대한 의견과 함께, 진술의 신빙성 획득을 위해 수사기관에서의 역할과 교육이 필요함을 말하였습니다.
2019년부터 강간죄개정운동을 펼쳐온 강간죄연대회의 활동가들인만큼 우리의 운동 방향에 대해 조언에 해주세요..류의 질문도 많았는데요. 마지막 소감으로 알빈 교수가 “전사들이여, 멈추지말자!”라는 말을 했는데요. 우리의 운동방향과 맞닿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활동가들의 짧은 소감으로 이 후기를 마칩니다.
-간담회에서 나눈 모든 내용이 좋았지만 특히 알빈 교수님이 이야기 한 성폭력사건에서 증거는 꼭 있다며, 피해자 자체가 중요한 증거다라고 한말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피해자를 지원하며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기 위한 물적 증거를 찾는 것에 나도 모르게 매몰되어 피해자의 진술 자체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어진 피해자 자체가 증거이기에 수사기관에서 증거를 정확히 수집하고 모을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 꼭 필요하다란 이야기엔 수사기관뿐만이 아니라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가 입장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임을 잊지 말아야 겠다. 강간죄가 지금의 폭행, 협박에서 ‘동의 기준’으로 변경되더라도 피해자가 증거임엔 변함이 없을 테니 말이다. – 햇살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동의 기준의 강간죄 개정이 ‘최소한의 변화’라는 점이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거세지만, 법안이 제정된다면 그 법을 기준으로 조금씩 규범이 형성되고, 성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또한 변화해 나갈 수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즉, 강간죄 개정은 단순히 법 조문만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성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의 기준을 바꾸어 나가는 일입니다. 강간죄 개정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법적 기준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 여름
-제일 인상적인 것은 미국에는 성폭력피해자를 보호(방어) 해주는 Rape Shield Law가 있다는 점이었다. 성폭력 고소 후 수사기관으로부터 거의 모든 것을 드러내며 피해를 증명해야하는 피해자를 생각 할 때 개인의 성이력이나 과거 피해 이력을 제출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본 법이 국내에도 꼭 필요하구나 느껴졌다. 토론회에서 성폭력에 대한 다양한 미국의 주법들을 살펴본데 이어, 이번 활동가 간담회는 피해자 법적 지원의 실무적인 상황에 대해서 비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나 자리에 모인 활동가들이나 교수님이나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각각 안고 있는 고민들도 서로 비슷함을 느낄 수 있었다. -땡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