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생존자랑대회’에 다녀왔습니다.

[후기]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생존자랑대회’에 다녀왔습니다.

2022년 10월29일 토요일 정오, 보신각앞에는 멋지게 장식된 해골가면을 쓰고, 화려한 꽃이나 장식을 사람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친족성폭력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공폐단단과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주관한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인 ‘생존자랑대회’가 열린 것인데요. 천주교성폭력상담소에서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석하여 함께 생존을 축하.지지하고, 일상을 응원하였습니다.

참여자들은 피켓에 그때의 나,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고심하여 작성한 뒤 햇살을 받으며 생존자나 연대자들의 발언을 들었습니다.

친족성폭력피해자는 가장 심리적, 육체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할 원가족이나 친인척 안에서 성폭력피해를 경험하고, 피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뒤 가정이 해체될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오랜 시간 침묵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고, 용기를 내어 피해를 드러낸 후에는 가족구성원에 의한 2차 가해 및 피해경험에 대한 침묵강요 등으로 오히려 집을 떠나게 되기도 합니다. 특히 친족성폭력피해자들이 처음으로 피해경험을 드러내기까지 길게는 2-30년이 걸리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의 친족성폭력 관련법령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공소시효라는 걸림돌로 친족성폭력피해자가 피해를 드러내고, 회복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합니다.

‘생존자랑대회’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문제에 대해 공소시효 전면폐지를 요청하는 발언부터, 부모나 가족에 대한 체면으로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함을 잊지 말라는 일침, 지금까지 잘 살아온 생존자 스스로에 대한 칭찬, 가해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등이 가끔은 담담하게, 가끔은 떨리는 목소리로, 또 가끔은 눈물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습니다. 발언의 중간에는 참여자들이 피켓에 쓴 전하고 싶은 말을 낭독하는 시간과, 단막극 형식의 퍼포먼스도 있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 잘 살아가자, 그 선택은 언제나 최선이었다..등의 메시지로 생존자들의 생존을 축하하였습니다.

광화문 인근이 양대노총이나 보수단체 집회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참여자들의 행진이 있었는데요. 광화문대로에서는 대형 집회의 소리에 우리의 목소리가 전혀 안 들리는 듯 했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한 삼청동이나 인사동을 지날 때는 우리의 구호에 우리가 함께 힘을 받고 있다는 느낌도 있었고, 지나가던 시민들이 박수를 쳐주거나 피켓에 시선을 머물며 공감하는 고갯짓에 더 가열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모든 행사 끝에는 싱어송라이터 이랑님의 공연이 있었는데요. 늑대가 나타났다를 생존자가 나타났다..로 바꿔 부르며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천주교성폭력상담소가 생존자랑축제에 작년에 이어 참석한 이유는 이 행사가 다른 누구도 아닌 피해생존자들의 직접 기획에 참석하고, 용기를 내 발언하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소에서 한명 한명에게 온 마음으로 지원을 하기도 하지만, 용기를 낸 피해자들의 크게 울리는 말하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경청하고, 박수를 쳐주는 이 시간은 활동가들에게도 더 열심히 활동하자..라고 격려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하라!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하라!

 

 

** 가열차고 즐거운 생존자랑대회가 있었던 날 밤,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안타까운 참사가 있었습니다.

이태원에서 희생되신 모든 분들과 생존자, 유가족들께 위로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