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형법 297조 강간죄 개정 촉구 국회 기자회견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및 여성시민사회 243개 단체와 국회의원 권인숙, 류호정, 백혜련, 용혜인, 장혜영, 정춘숙,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은 성폭력 개념 변화를 위한 국회의 역할을 촉구하고자 7월 25일 기자회견 및 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했습니다.

<‘동의’는 이미 모두의 상식이다 형법 297조 강간죄, 지금 당장 개정하라> 기자회견에서는 총 5명의 참가자 발언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발언은 공동주최를 한 용혜인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이 때리지 않으면 강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2023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짚으며 낡은 형법이 폭행과 협박으로 정의한 것과 다르게 현실에서 발생하는 강간 및 강제추행에 대한 피해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국회의 역할을 촉구하였습니다.

두 번째 발언은 권지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가 ‘성폭력 피해자 보호는 법 개정부터다’라는 제목으로 2023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의 119개 상담소의 피해 지원 상담에서 2022년 1년 동안 상담한 4,765건의 강간사례 분석 결과, 이 중 62.5%(2,979건)이 회유, 속임, 강요 등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없는 강간이었음을 말하며 피해자라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과 연대할 것이라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세 번째 발언은 동의는 이미 상식이다라는 제목으로 정희진 탁틴내일아동청소년 성폭력상담소 활동가가 진행했습니다. 2023년 5월 22일부터 2023년 6월 26일까지 실시한 강간죄 구성요건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실시 결과, 총 1,346명 중 강간죄의 판단기준이 동의를 기본요건으로 두고 폭행협박을 가중처벌해야한다는 응답율이 1,293명으로 96.1%에 달한다는 결과를 폼함하여 법무부와 국가 그리고 국회는 국민의 의견을 반영한 강간죄 개정에 적극 나서기를 촉구하였습니다.

네 번째 발언은 한국성폭력상담소 김신아 활동가가 ‘정부는 강간죄 개정을 제대로 견인하라’라는 제목으로 동의없는 성관계는 당연히 범죄라고 답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말처럼 피해자들도 이와같은 생각으로 고소하지만 결국은 무죄를 선고받고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더 이상 억울한 가해자라는 프레임으로 이를 대하지 않고 존재하는 피해자의 요구, 강간죄 개정을 동의여부로 개정하자는 국민들의 상식을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수용하기를 요구하였습니다.

마지막 발언은 준강간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피해생존자가 보통의 준강간 사건의 생존자로서 현행법상 구성요겅네 해당하지 않아 교모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을 위해서, 당장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여부로 개정하는데 국회와 정부가 나서기를 촉구하였습니다.

 


[기자회견문]

‘동의’는 이미 모두의 상식이다

형법 297조 강간죄, 지금 당장 개정하라!

 

1953년 형법이 제정되면서 제32장 정조에 관한 죄, 제297조 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가 명문화되었다. 2023년 현재 강간죄 관한 법은 형법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 제297조 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로 되어 있다. 70년의 시간 동안 변한 것은 “정조에 관한 죄”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로, “부녀”가 “사람”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상대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만 강간죄가 성립된다는 사실은 7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70년간, 우리는 많이 변했다.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미투운동과 텔레그램 성착취 등을 지나며, 성폭력은 ‘폭행과 협박’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구조적 성차별 속에서 만연하게 발생하는 젠더기반폭력의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의심받고, 부정당하고, 침묵을 강요받아도, 자신의 피해 경험을 발화하며, 다양한 피해 경험을 해석하고, 연대를 확장해 가며, ‘진짜’ 피해자의 틀을 깨고 성폭력에 관한 상식을 만들어왔다.

 

2022년 진행된 ‘성폭력 안전실태조사’는 ‘성추행’ 피해 경험이 있는 여성 중 폭행과 협박이 수반된 경우는 전체 중 10% 미만이었으며, 대부분은 가해자의 속임, 갑작스러운 상황, 가해자의 강요, 가해자의 지위 이용 등 다양한 상황과 맥락에서 발생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2023년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가 진행한 ‘강간죄 개정 촉구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97%가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강간죄는 개정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2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강간죄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하였다.

 

70년의 긴 시간을 거쳐 ‘동의’는 이미 모두의 상식이 되었다. 그럼에도 1953년 제정된 형법 제297조 강간죄와 이를 둘러싼 구조적 성차별은 모두의 상식을 쫓지 못할 뿐만 아니라 더욱 퇴행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서 ‘성폭력 관련 법률 개정’을 반대한다고 밝혔고,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반대한다는 답변을 제출했다. 그러면서 모두의 상식과 변화 요청은 묵살한 채, 허상에 불과한 ‘무고죄’ 증가를 미리 우려하며 무고죄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폭행, 협박을 중심으로 한 현행 법체계는 이 협소한 정의에 맞지 않은 수많은 피해자를 법 밖에 있게 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해를 입힌다.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를 인지하지 못하는 현행법은 “성폭력을 예방하고 성폭력피해자를 보호․지원함으로써 인권증진에 이바지”한다는 성폭력 관련 법들을 무력화시키고, 오히려 성폭력이 반복되는 성차별 사회의 원인이 될 뿐이다.

 

그러므로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요구한다.

‘동의’는 이미 모두의 상식이 되었다.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형법 제297조 강간죄를 개정하라!

가해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피해자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형법 제297조 강간죄를 개정하라!

70년간의 낡은 굴레, 형법 제297조 강간죄를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개정하라!

 

2023년 7월 25일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및 여성시민사회 243개 단체

국회의원 권인숙, 류호정, 백혜련, 용혜인, 장혜영, 정춘숙,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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