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수십번 거부했는데도 ‘폭행∙협박 최협의설’을 이유로 무죄 판단된 ‘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진행 기자회견 (4/23 오전11시, 헌법재판소 앞)

‘피해자가 수십번 거부했는데도 ‘폭행∙협박 최협의설’을 이유로 무죄 판단된 ‘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진행 기자회견

‘피해자가 수십번 거부했는데도 ‘폭행∙협박 최협의설’을 이유로 무죄 판단된 ‘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진행 기자회견

 

 

[기자회견 개요]

 

‘피해자가 수십번 거부했는데도 ‘폭행∙협박 최협의설’을 이유로 무죄 판단된
‘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진행 기자회견

  

일시: 2026. 4. 23.(목) 오전 11시
장소: 헌법재판소 앞

주관: 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공동대책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탁틴내일,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공동주최: (사)경남여성회부설 경남성폭력가정폭력통합상담소, (사)광주여성장애인연대 부설 이음, (사)대구여성회, (사)부산성폭력상담소, (사)서울여성노동자회, (사)세종여성, (사)인천여성회, (사)인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장애인성폭력상담소, (사)제주여민회, (사)충북여성장애인연대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사)평화의샘, 가족과 성건강 아동청소년상담소,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꿈누리장애인성폭력상담소, 다함께성가정상담센터, 담양인권지원상담소, 대구여성노동자회, 대전여성단체연합, 동대전장애인성폭력상담소, 믿는페미,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부산여성노동포럼, 부산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장애인연대 부설 성·가정통합상담소, 새움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수원여성회, 여성평등공동체 숨, 영남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오내친구장애인성폭력상담소, 의정부장애인성폭력상담소, 이레성폭력상담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천여성노동자회, 장애여성공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정치하는엄마들, 제르마나빌, 제주여성인권연대, 청소년지원시설 평화의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여성회, 플랫폼C, 피해자통합지원사회적협동조합,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사회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 (55개 여성인권단체 / 공대위 단체 포함 61개 여성인권단체)

[기자회견 순서]

 

사회: 최란(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발언 1. 오지원(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법률사무소 법과 치유, 법률대리인단장)
발언 2. 이도경(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법률대리인단)
발언 3. 최선혜(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발언 4. 나무(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소장)
발언 5. 김혜정(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피해자 글 대독. 한선희(천주교성폭력상담소 소장)
기자회견문 낭독. 권현정(탁틴내일 아동청소년 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로리주희(한국여성연합 공동대표)  

[기자회견문] 

‘동의없는 성폭력’이 헌법상 기본권인 성적자기결정권, 인격권 침해라는 상식적인 기준이 제시되기를 촉구한다!  : ‘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시작을 알리며 

‘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공동대책위원회’는 ‘동의없는 성폭력’이 대한민국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성적자기결정권 및 인격권을 훼손한 기본권의 침해라는 헌법재판소의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하며 ‘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을 시작한다. 1953년 형법 제정 이래로 한국은 강간죄에 있어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는 적용법리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성폭력 사건 중 일부만을 인정해왔다. 그러나 2022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성폭력안전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간 피해의 가장 많은 상황은 가해자의 폭행 또는 협박이 아니라 가해자의 강요(41.1%), 그리고 가해자의 속임(34.3%)이었다. 2022년 강간상담을 분석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의 결과에도 전체 강간피해 중 명시적인 폭행협박이 없는 경우가 62.5%에 해당했다. 술, 약물, 경제적인 조건, 심리적 신체적인 취약성, 친밀한 관계 내 지배와 통제 상태에서 발생하는 70% 가까이의 강간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현행 형법이 발생하고 있는 성폭력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판단하지도, 처벌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대다수 시민들 역시 알고 있다. 2025년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이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바꿔야 한다고 응답했다. 2023년 강간죄개정연대회의가 시민 1,346명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강간죄를 동의여부로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96.1%에 달했다.

지금까지 많은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의 분투로 법 제도의 변화도 있었다. 1995년 형법 제297조 강간죄가 있는 제2편 제32장의 제목은 ‘정조에 관한 죄’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로 개정되어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여성의 정조’ 또는 ‘성적 순결’이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여성이 가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사회 일반의 보편적 인식을 명시했다. 2017년 대법원은 간음행위 이전에 폭행 또는 협박이 없었다 하더라도 강간과 동시에 또는 그 직후 피해자를 세게 눌러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행위를 폭행으로 보고 기습강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2023년 대법원은 강제추행에 있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라는 종래의 최협의설을 폐기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족하다는 전원합의체 판결도 선고했다.

그러나 강간죄 보호법익의 변화와 강제추행 최협의설을 완화한 판례에도 불구하고 형법 제297조 강간죄 최협의설의 적용법리는 변하지 않았고, 정조관념에 기초한 피해자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법원의 판단은 여전하다. 수사관이나 법관의 의지 또는 능력에 따라 유사한 성폭력 사건의 유무죄 판결이 달라지는 문제도 심각하다. 성폭력 범죄의 보호법익인 성적자기결정권과 현행법의 충돌로 가해자가 무죄 판단을 받는 사이 피해자들의 기본권은 무참히 침해당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미 폭행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유형력 모델에서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하는 동의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2021년 유엔 인권이사회는 강간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채택해, 모든 국가에 비동의강간죄 입법을 권고했다. 작년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촉구하는 3건의 국민동의청원이 청원 인원 5만명을 넘겨 국회 상임위로 회부되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변화와 시민들의 요구에도 한국의  법개정 논의는 너무나 더디다. 국회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며 강간죄 개정의 요구를 외면하고 무시하는 상황을 무한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 우리는 재판소원을 통해 이번 사건이 헌법 제10조 성적자기결정권 및 인격권, 제11조 평등권, 제 27조 및 제30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성폭력이 헌법상 보장된 ‘성적자기결정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폭력이라는 상식이 확인되기를 촉구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재판소원을 인용하고 적극적으로 살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성적자기결정권과 인격권의 침해가 강간을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라. 피해자의 적극적이고 명시적인 동의 의사로 강간죄를 판단해야 한다는 통일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하라. 그리고 그것이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것임을 선언하라.

2026년 4월 23일 

‘피해자가 수십번 거부했는데도 ‘폭행∙협박 최협의설’을 이유로 무죄 판단된
‘동의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공동대책위원회 및 기자회견 참여자 일동

▢ 발언 1. 오지원(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법률사무소 법과 치유, 법률대리인단장)
법원이 포기한 피해자의 기본권보호, 헌법재판소가 응답해 주십시오. – 수십번 명시적 “NO”에도 최협의설 적용으로 강간 무죄라는 판결,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런 법을 가르치고 물려줄 수 없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사건을 맡게 된 민변 여성위 대리인단 단장 오지원 변호사입니다. 저희는, 피해자가 1시간 동안 75회 이상의 명시적 거부의사 표시를 했음이 객관적 증거로 확인됨에도 ‘피해자의 저항이 부족했다’는 낡은 잣대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 법원 재판을바로잡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번 무죄 판결은, 헌법 제10조가 국가에 부여한 의무, 범죄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무시하고 외면한 판결입니다. 이에 저희들은 피해자를 대리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에 근거 재판소원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재판소원이 4심제라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이는 모든 재판을 거친 피고인들에게 해당되는 비판입니다. 독자적인 항소권, 상고권이 없고, 피해자의 요청은 무시되기 일쑤인 범죄피해자에게 4심제 우려는 사치입니다. 이번에 도입된 재판소원 제도가 형사절차상 소외되어 있는 범죄피해자의 기본권 보호에 충실한 방향으로 운영되기를 바라며 이번 재판소원의 내용과 배경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사건의 실체: 75회 이상의 거부와 기습적인 범행

이 사건은 기억의 싸움이 아닙니다. 당시 상황이 담긴 1시간가량의 녹음파일과 녹취록이 명백한 물적 증거가 존재합니다. 청구인은 약 1시간 동안 총 75회 이상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친구관계인 가해자가 첫 성적 시도를 했을 때 피해자가 저항하며 원하지 않는다고 하여 몸싸움만 하고 하지 못했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이 착각했다고 하며 사과를 하였습니다. 그 사과에 피해자가 경계를 풀고 가해자를 집에 보내려고 하는 틈을 타 가해자는 다시 기습유사강간을 시도했습니다. 피해자는 “그만해”, “아파”, “안 돼”라고 다시 수십회 거부하며 나름의 최선을 다해 저항했습니다.

 

2. 가해자가 피해자의 ‘내심의 의사’를 오인한 거 같아 무죄라는 법원 재판

재판부는 피해자의 입에서 나온 수십 번의 명확한 거절보다 가해자가 마음대로 추측한 ‘내심의 의사’에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표시된 의사의 무시: 헌법과 법은 우리의 일상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규범의 해석은 일의적이고 예견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법규범은 ‘표시된 의사’를 기준으로 적용됩니다. 각자의 자기결정권의 영역에 대해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존중”입니다. 그렇기에 ‘표시된 의사’를 기준으로 대부분의 적법과 불법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법원은 이번 사건처럼 유독 강간죄 사건에 있어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는 내심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고 가해자가 오해하지 않을 정도로 피해자에게 위험을 무릎쓰고 저항하라고 요구합니다. 왜 피해자의 거부의사는 있는 그대로 존중되면 안 되는 걸까요?

정조 관념에 기반한 최협의설의 적용 : 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강간죄의 폭행, 협박에 대한 최협의설을 적용한 결과입니다. 최협의설은 폭행, 협박의 정도와 관련하여 피해자의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저항을 요한다는 견해이고 폭행과 협박이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미 1995년 형법 개정으로 사라진 ‘정조 관념’에 기초한 낡은 해석입니다. 대법원은 이미 보호법익이 정조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변화된 점 등을 고려하여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추행죄에서 이 최협의설을 폐기했습니다. 그런데 왜 더 중대한 신체 침해인 유사강간 사건에서는 여전히 피해자에게 ‘죽을힘을 다해 저항했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합니까. 피해자는 아무리 거부했어도 존중받지 못한 상황에서 오히려 법이 요구하는 저항까지 못한 것이 피해자 본인의 잘못이라는 죄책감까지 평생 안고 살아야 합니다.

피해자의 기본권은 무시하고 가해자에게는 위헌적 자유를 부여 : 피해자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분명하게 “NO”라고 했을 때조차 이를 무시하고 피해자의 내심의 의사를 마음대로 “YES”라고 추측하여 성기삽입을 해도 면죄부를 받는다는 법원의 판단기준은 법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극심한 혼란을 주게 됩니다. 피해자는 거부해도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침해를 피할 수 없으며, 가해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 이상의 자유를 얻게 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는 프랑스 인권선언에서부터 ‘타인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법원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는 포기하고 가해자에게는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침해해도 되는 위헌적인 자유’, ‘자유의 본질에 반하는 자유’를 부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3. 침해된 기본권

이번 판결은 범죄피해자인 청구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평등권, 인격권,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종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범죄피해자의 기본권 침해를 인정한 바 있고, 가해자가 직접적으로 기본권을 침해한 주체라 하더라도 국가가 헌법과 법률에 반하고 자의적인 불기소처분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기본권 보호의무를 포기한다면 범죄피해자는 기본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 ‘표시된 거부 의사’보다 가해자가 오해했을지도 모를 ‘내심의 의사’를 우선시함으로써, 국가가 범죄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포기했습니다.

– 평등권 침해 
(1) 경미한 범죄보다 못한 보호: 우리 법은 의사에 반해 물건을 가져가는 ‘절도’, 의사에 반해 남의 집에 들어가는 ‘주거침입’, 의사에 반하는 ‘추행’을 처벌합니다. 그러나 인격의 핵심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짓밟고 성기삽입이라는 중대한 신체침해를 동반하는 강간죄와유사강간에 있어서만은 ‘최협의설’이라는 낡은 장벽으로 인해 피해자는 가해자를 벌금형으로도 처벌하지 못합니다. 국가가 언제까지 헌법보다 정조 관념을 앞세워 처벌 기준을 세울 것입니까.

(2) 모호한 기준에 따른 차별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강제추행’ 피해자는 의사에 반하는 폭행만 있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고 완화된 기준에 따라 보호받습니다. 이러한 판례를 강간죄에 적용하는 하급심 판결들도 있습니다. 또한 기습강간은 폭행협박의 대소강약을 불문하고 처벌되는 사례들도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재판처럼 여전히 최협의설을 적용하는 재판부도 있고, 이 경우 더 중대한 신체 침해인 ‘유사강간’ 피해자가 여전히 ‘항거가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저항’을 입증하지 못하면 범죄 피해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준의 혼란으로 인해 가해자들도 어떤 판사, 검사를 만나냐에 따라 평등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강도죄 등 재산범죄와의 비교 : 기존에 최협의설은 강간죄와 강도죄가 똑같이 징역 3년 이상의 법정형을 두고 있으므로 강간죄의 폭행, 협박이 강도죄의 그것과 동일하게 최협의설로 해석되어야만 처벌에 균형을 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강간죄나 유사강간죄는 재물을 탈취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대한 신체침해이자 그 자체로 폭행인 성기삽입을 구성요건으로 하므로 폭행, 협박의 정도를 완화해서 ‘의사에 반한’ 정도로 해석해도 징역 3년 이상의 법정형이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핵심 증거인 녹음파일이 있음에도 자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최협의설을 적용함으로써 피해자는 공정한 재판 및 판결을 받지 못했습니다. 또한 검사는 일주일 안에 상고심의위원회를 개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고를 하지 않아 피해자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했습니다.

 

4. 헌법재판소라도 헌법 제10조에 따른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이행해 주십시오

사법부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장할 의무가 있음에도, 폐기된 ‘정조 관념’에 기초한 최협의설을 고수하며 국가의 보호 의무를 저버렸습니다. 검사는 상고심의위원회 소집이 어렵다는 이유로 상고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잃었습니다.

이제 피해자에게 남은 마지막 구제 수단은 재판소원 뿐입니다. 이번 재판소원은 단순히 한 개인의 억울함을 푸는 것을 넘어, 오래된 악습인 법원의 강간죄 판단기준을 헌법 정신에 맞게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에 간곡히 요청합니다. 국가가 외면한 피해자의 목소리에 응답하여 청구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평등권을 확인하고 회복시켜주시길 바랍니다.

 

 

▢ 발언 2. 이도경(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법률대리인단) 

이 사건 청구인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로서, 형사소송법적으로는 재판소원의 대상이 된 판결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1989년부터, 범죄피해자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그 논거로 “국가는 이미 범죄가 발생한 경우에는 범인을 수사하여 형벌권을 행사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여야 할 것”이고, “헌법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소극적 차원에서만 규정하지 아니하고 더 나아가 범죄행위로 인하여 피해를 받은 국민에 대하여 국가가 적극적인 구조행위까지 하도록 규정하여 피해자의 기본권을 생존권적 기본권의 차원으로 인정하였다”고 하면서,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때 국가의 의무위반을 국민에 대한 기본권 침해로 규정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판시 내용은 검사의 처분에 대한 것이긴 했으나, 법원 역시 법집행기관으로서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법원이 기본권에 의해 제시된 보호법익을 오인하거나 무시하는 등 기본권이 실현되지 못하는 위헌적 방향으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거나, 유사강간 사건에 대하여 다른 법원과는 달리 최협의설을 적용하여 무죄판단을 내리고 형벌권 행사를 포기한다면, 그로 인하여 범죄피해자인 청구인의 성적자기결정권과 평등권 등 기본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청구인에게는 재판소원 절차를 이용하여 기본권 침해의 구제를 청구할 자기관련성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의 권리보호이익에 대해 판단하면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 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그 해명이 헌법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헌법소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에서 강제추행죄의 폭행, 협박 최협의설이 폐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강간죄나 유사강간죄에 대하여는 명확한 기준이 정립된 바가 없어서 향후에도 하급심 법원에 따라 최협의설을 적용하여 유사한 사안에 대해 무죄판단이 행해질 위험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은 헌법적 정리 및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해당합니다.

한편, 형사사건에서 범죄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 보장에 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이 주요한 증거가 될 수밖에 없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유효하게 반박하거나 반증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는 형사 절차에서 ‘주변인’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지 못하고, 2심에서 확정되었습니다. 청구인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된 이후, 피해자 변호사를 통하여 담당 검사에게 반드시 상고를 해달라는 의견을 표명하였으나, 검사가 상고기간 내에 상고를 하지 않아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대법원에서 유사강간죄의 최협의설에 대해 다툴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에는 부대공소제도를 두어, 범죄피해자가 형사사건에서 검사와 유사한 지위를 행사할 수 있는 절차적 규정을 마련하고 있고, 만일 검사가 상고를 포기할 경우 독립적으로 상고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형사법에는 그러한 제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피해자인 청구인은 이 사건 판결에 대하여 달리 상고를 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도 않고, 검사가 상고를 하지 않는 경우 이에 대해 다투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따라서 청구인으로서는 재판소원을 통해 이 사건 판결을 취소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기본권 침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방안으로, 이 사건이 상고심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재판 취소로,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를 구제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발언 3. 최선혜(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안녕하세요, 한국여성의전화 최선혜입니다.

수차례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가해자를 무죄 선고한 재판부를 규탄하며, 재판 소원을 통해 ‘동의 없는 성폭력’를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재판부의 변화를 촉구하는 피해자의 용기에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대한민국 형법은 1953년, “부녀”의 정조를 보호하는 법 제정 후, 95년 “강간과 추행의 죄”로 개정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수사·사법기관은 여전히 1953년 당시의 관점에 머물러, ‘폭행’과 ‘협박’을 중심으로 강간죄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요건으로 삼는 판례들은 피해자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쉽게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습니다.

부부/연인 관계였다고, 술을 함께 마셨다고, 성과 관련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고, 키스를 했다고 성적인 관계를 이전에도 맺었다고, 성폭력 이후에 문자를 주고 받았다고, 바로 신고하지 않았다고…

이는 너무도 납작하게 ‘합의된 성관계’로 해석되며, 폭력이 폭력이 아닌 것으로 둔갑시킵니다. 심지어 피해자가 무고 피의자가 되는 상황까지 발생합니다.

피해자가 정신을 잃었어도, 피해자가 얼어붙어 있었어도,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이어도, 피해자가 거절의 의사를 밝혔어도,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그래도 왜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는지,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는 더욱 가시화되고 처벌되기가 어렵습니다.

지난 25년 11월,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협의이혼 중이던 피해자가 이혼 절차를 마무리 하던 중 전 남편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검찰은 불기소 처분은 내리며, “고소인이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하였다고 볼 여지는 있다”면서, 그 유형력 정도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정도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는 특별한 사례가 아닙니다.

2013년, 대법원에서 “아내 강간”을 인정한 첫 사례가 있지만, 이전에도 “불화”, “부부싸움”이 있었고, “피고인이 흉기를 사용하여 피해자를 폭행, 협박한 후 강제로 성관계”를 한 사건에서 강간죄를 인정하고 “그 폭행 또는 협박의 내용과 정도가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에 따라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대법원의 결정은 현재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실제 절반도 채 기소되지 않는 성폭력범죄에서도, 불기소/불송치 되는 사건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의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본회 상담 통계에서도 친밀한 관계 내에서 성적 폭력은 드러나고 있지만, 신고하고 처벌로 이르는 것은 극히 드뭅니다. 이는 수사/사법 기관이 “의무가 있다“, ”성적 접촉이 있었다/이를 목적으로 하는 관계였다“ 등의 이유로, “친밀한 관계”에 대한 동의가 모든 성관계의 동의로 쉽게 간주되며, “흉기”가 등장하지 않아도, 극심한 신체적 폭력이 수반되지 않아도 불평등한 권력 관계 속에서 피해자가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많은 상황을 쉽게 지워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법이 지키고자 한 법익이 무엇인지, 재판부에 다시 한번 되묻고 싶습니다.

여전히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경찰에 신고를 망설이거나 신고 전 상담소에 상담을 청합니다.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성폭력이 아닌 것이 되거나, 오히려 무고로 몰릴 수 있다는 두려움과 걱정이 먼저 앞서기 때문입니다. 이번 재판소원을 통해 ‘성적자기결정권’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침해를 바로 잡음으로써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법체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발언 4. 나무(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소장) 

안녕하십니까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나무입니다.
폭행협박 기준으로 성폭력을 판단한지가 70년이 넘었습니다. 35년 전 우리는 성폭력 보호법익을 성적자기결정권으로 바꿔냈습니다. 그런데 35년이 지난 아직도 법원이 유형력 기준에 갇혀 무책임하게 무죄판결을 하는 현실을 봐야합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수많은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은 정당한 피해규명을 받지 못한채 살아야 합니까? 동의없는 성폭력이었다고, 수 십번, 수 백번을 더 말해야 합니까? 정말 분노스럽습니다. 이 정당한 분노로 우리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법원의 판결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재판소원 제도를 만든 건 피해자의 말할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조차 기본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할 것에 대한 우려도 상당합니다. 공대위가 제출한 재판소원 청구 사건은 명백한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기본권 침해입니다. 피해자는 거부의사를 수십차례 표명했습니다. 이를 녹음파일로도 남겼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유형력이 없없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오인의 여지를 주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제기한 피해는 성행위에 이르기 위한 통상의 과정이라는 매우 잘못된 사회 통념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참담할 뿐입니다.
최근에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에서 지원한 사건 역시 재판소원 청구 사건과 다르지 않습니다. 법원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힘으로 제압하여 했다고 의심이 든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피해자 진술은 기억의 소실이 아니라 유형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말이 안되는 논리들이 매뉴얼이라도 있는 것처럼 너무 똑같습니다.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에서 성적자기결정권은 어떻게 해석되는지 아십니까? 성적자기결정권 검사라는 것을 합니다.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 행사능력이 몇 프로 정도인지를 분석합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주장성 수준이 매우 저하되었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소지가 높아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없다며 유죄 판결을 내린 사건이 있습니다. 법은 장애여성이 피해에 이르게 된 불평등한 조건과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던 심정과 맥락, 그럼에도 거절의사를 드러내려고 선택한 우회적, 비언어적 표현들을 지워냅니다. 장애여성 사건에서 성적자기결정권은 권리가 아닌 행사 능력이 됩니다. 행사능력이 없는 존재로 보고 장애를 다시 무능함으로 규정하는 것도 기본권 침해입니다.
명시적 거부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하였고, 동의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 그건 분명 성폭력입니다. 성폭력의 개념은 사회통념과의 투쟁 속에서 변화해왔습니다. 이미 수많은 시민들은 동의가 없으면 성폭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의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도 같이 논의되어야 합니다. 동의란 상대방을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과정입니다. 명시적 거부의사 표현이 어려운, 불가능한, 또는 미약하게, 우회적으로, 표정, 몸짓, 대답없음 등 무수히 많은 비언어적 의사도 세밀하게 살펴야 하는 동의과정은 장애여성성폭력 사건에서도 더욱 중요합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재판소원 제도가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길로 나아가야지, 또 다시 권리를 침해하는 제도로 전락하지 않아야 합니다. 법과 사회에 의해 피해자의 기본권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청구 사건을 엄중하게 생각하여 반드시 인용하십시오.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 제도의 의미가 사회적으로 제대로 알려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성폭력 피해 현장의 수많은 사건들을 연대의 힘으로 연결하며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 발언 5. 김혜정(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강간 피해를 겪은 시민들의 70%는 명시적인 폭행과 협박이 없는 채로 그 일을 겪습니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의식과 신체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은 전체 강간 피해 상담 중 40% 가까이 됩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2023년 강간상담 4,765건 집계 결과입니다. 피해자는 움직이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 시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대다수의 가해자, 피신고인은 일방적인 주장을 폅니다. 자신이 정당화하고 싶은 대로, 자신이 왜곡하고 싶은대로, 자신이 이용하고 싶은대로, 피해자가 동의한 거라고 주장합니다. 이게 맞는지 검증해야 함에도 안합니다. 술과 약물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 지금 경찰, 검찰, 재판부는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누구의 말을 듣고, 무엇을 수사하고 판단하고 있습니까.

법은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강간은 297조, 유사강간은 297조2, 준강간은 299조에 나눠져 있습니다. 이렇게 조항을 나눠야만 하는 이유와 필요는 누구에게 있습니까? 구성요건은 또 어떻습니까? 현행 형법은 299조 준강간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라고 요건이 정해져 있는데, 피해자가 그나마 진술할 수 있을만한 기억의 조각이 있다면 심신상실이 아니라고 규정당합니다. 온전히 심신상실 된 시간은 기억이 없고 진술도 못합니다. 술과 약물 상태에서의 성폭력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 맞습니까? 297조 강간죄는 어떻습니까? 폭행 또는 협박 요건이 1953년부터 지금까지 있는데, ‘피해자 저항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라는 ‘최협의설’이 아직도 지배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저항을 종용하며 팔짱을 끼고 70년 넘게 있던 것은 누구의 입장입니까? 297조의2 유사강간은 피해자 중심적인 조항이 아닙니다. 피해자에게는 연속적인 신체 침해 행위가 있었는데, 가부장적인 기준으로 나누어 차등화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동의 의사를 형성할 수도 없고, 표현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성적 침해 하는 행위를 이렇게 방치하다니 기본권 침해입니다.

한국과 강간죄가 똑같았던 일본은 2023년 형법을 개정했습니다. 술에 취한 것을 포함하여 동의의사를 형성, 완수, 표명할 수 없는 상태가 되게 하거나 그런 상태에 편승하여 성기-성기 삽입, 성기-신체삽입, 도구-성기삽입 모든 성적 침해를 혼인관계 유무에 관계없이 강간으로 규정했습니다. 한국은 입법부도 정부도 사법부도 과제를 미루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청구합니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기억 못하는 때였음에도 녹음버튼을 눌렀고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놀랍게도 기록엔 75번 이상 거부, 거절 의사를 밝히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은 성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한 재판부에 대해 소원을 청구합니다. 우리는 청구합니다. 피해자가 물리적인 저항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의사를 무시한 가해자, 가해자에 이어 피해자의 의사를 재차 무시한 재판부가 기대는 형법상 강간죄와 유사강간죄 요건과 최협의설에 대해 소원을 청구합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기본권이 무엇인지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입법부는, 사법부는 시민의 기본권 실현을 위해 즉각 나서기 바랍니다. 함께 외쳐봅시다. 동의없는 성폭력은 인권침해다! 동의없는 성폭력은 기본권 침해다! 감사합니다.

 

 

▢ 피해자 글 대독. 한선희(천주교성폭력상담소 소장)

저는 2022년, 오랜 지인으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고, 근 4년간 1심과 항소심을 거쳤습니다. 4년이라는 길고도 외로운 시간을 ‘유죄’가 쓰여진 판결문만을 바라며 버텼습니다. 하지만 허망하게도 두 번의 재판 결과는 모두 무죄였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저를 여전히 고통스럽게 만드는, 그리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두 번의 재판결과에서 저를 힘들게 했던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심 판결문에는 제가 사건 당시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같은 판결문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내심의 의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라고도 쓰여있습니다.

“피해자는 분명히 거부했다”고 쓰여있는 판결문 안에, “그래도 피고인은 오해할 수 있었다”라는 의미의 말 또한 쓰여있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거부가 판결문에 명시된 사건에서조차 ‘오해 가능성’이 피고인의 무죄 근거가 된다면, 피해자의 말은 도대체 무엇으로 더 증명되어야 하는 걸까요? 피고인이 제 거부 의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수십 차례 거부 의사를 말하는 제 말을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더 억울하고 힘들었던 점은 제가 저항해서 겨우 피고인의 행동을 멈추게 한 것을 피고인이 ‘강제로 할 의사가 없었다는 증거’로 보았다는 점입니다.

거절의 의사를 밝혔어도 유사강간으로 나아간 것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내심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피해자가 저항을 하여 피해를 멈추게 한 것은 피고인이 강제로 할 의사가 없었다는 방증으로 해석되는 이 상황이 저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죄라는 문장 앞에서 사건 직후보다 더 무너졌습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검사가 1심판결의 문제를 지적하며 항소를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문은 더 짧았고, 더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1심 재판에 이어 2심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까지 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는 한 문장으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기각한 이유를 자세히 알고 싶었지만 판결문은 고작 네 쪽이었고, 그중 실질 판단은 한 쪽을 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항소심 검사에게 대법원 상고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검사는 상고를 하지 않았습니다.그래서 저는 재판소원을 하기에 이르렀고,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날 밤의 일이 저를 무너뜨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를 더 큰 절망에 빠트리고 세상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한 것은 ‘피해자인 저를 보호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 두 재판의 판결문이었습니다. 피고인에 대한 저의 분노는, 모순적인 법의 논리 아래 너무나도 하찮게 짓밟혔습니다. 저는 이제 거대한 법 아래, 피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무력하게 존재합니다.

저는 사건이 있던 그 날의 저에게 미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법은, 저를 미안해야 하는 피해자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매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저의 거부의사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왜 법 앞에서는 거부 의사로 해석되지 않는지를. 피해자라는 자리가 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바탕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자리가 맞는지를.

저는 저 한 사람만을 위해 이 자리에 나선 것이 아닙니다. 오늘도 어디선가, 자신의 거부의 말이 상대방의 ‘무시’로 인해 원치 않는 피해를 겪고 법 앞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많은 피해자들의 이름으로, 용기 내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에 간곡히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이 사건을 문 앞에서 돌려보내지 말아 주십시오. 피해자의 거부 의사가 “가해자의 논리로 재해석되지 않는 나라, 어느 재판부를 만나느냐가 피해자의 운명을 결정하지 않는 나라 “그 시작이 부디 이 사건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