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소진예방프로그램] 더 오래, 끝까지 함께 하고 싶어 잠시 쉬곤 합니다.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소진예방프로그램]

더 오래, 끝까지 함께 하고 싶어 잠시 쉬곤 합니다

 

“매일 안 좋은 이야기를 들으니 힘드시겠어요”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라고 소개하면 많이 듣게 되는 말입니다. 조금은 맞고 조금은 틀립니다.
처음 피해자지원기관에 들어온 활동가들은 단거리 선수처럼 어깨와 코어에 힘 빡 주고 전력질주 하기 위해 출발선에 섭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죠.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것은 마라톤보다 더 긴 달리기이고,
활동가는 그 운동의 특성에 맞게 훈련하고, 쉬며 몸과 마음을 준비시켜야 한다는 것을요..

 

구석기 시대에 머무는 듯 도통 진화하지 않는 사법 체계, 그와 반대로 빠르게 진화하는 범죄 유형, 폭력을 개인의 책임으로 넘겨버리려는 듯 낮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활동가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흔들리는 사회 전반의 흐름에 몸을 싣고 방향을 읽어내되, 성폭력이 발생하는 구조나 감수성에 대한 인식은 확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휘몰아치는 현상과 이슈와 편견들속에서 우리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게 살피며 우리의 길을 가야하죠. 나는 어떤지, 동료활동가는 어떤지, 우리의 몸과 마음이 지치거나 힘든건 아닌지 살피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치기 전에 잠시 몸을 움츠려 숨을 고르고 다음 도약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요. 더 오래, 끝까지 피해자의 곁에서 함께 하고 싶어 잠시 쉬는 것입니다.

2021년 천주교성폭력상담소에서는 역량강화와 쉼이 함께하는 활동이 될 수 있길 바라며 “Rest up!”과 “콧바람 솔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Rest up!에서는 지속가능한 반성폭력 활동을 위해 몸과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었고, 콧바람 솔솔 프로젝트는 상담소 인근의 쉼 장소를 찾아 몇 발짝 움직여보자는 의미로 진행되었습니다. 물론 소진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라 미뤄진 일들로 다음날이면 또 바빴지만 서로의 지친 마음을 쓰다듬어주고 신발끈을 다시 묶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천주교성폭력상담소가 콧바람 솔솔 쐬며 rest up! 한 곳을 소개합니다..^

1.”rest up!!, 수리수리 숲소리”

-소진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불 나듯 울리는 전화와 서류더미에서 돌아서야 하기에 잠시 일을 내려놓고 ‘오롯한 쉼’을 갖기로 했습니다.  이왕이면 장소도 꽉 막혀있는 서울이 아니라 자연이 살아 있는 곳으로요… 그래서 가게 된 곳이 마곡사와 공산성이 있는 공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거 소진예방 맞아? 잠시만 걷기로 한 건대 왜 이리 힘들지? 이거 소진 아니야?”라는 말이 얼마나 많았는지…

2. 독립서점 탐방
– 다양한 테마로 운영되는 독립서점은 쉼과 즐거움을 함께 줍니다. 작년에는 퀴어페미니스트 책방 꼴과 당인리책발전소를 다녀왔고, 올해는 상담소 근방에 있는 대륙서점과 인왕산에 있는 초소책방을 다녀왔습니다.  온라인 서점에 익숙하던 활동가들도 다양한 주제로, 다른 사람의 손길이 묻은 채 놓인 책을 보면 함께 들춰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초소책방에서는 바라보는 곳곳이 서울이 아닌 것 같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서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하며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상담소는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서로를 더 살피고, 스스로를 잘 돌보고, 일에서 잠시 멀어져 쉼을 갖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