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스터디] 성매매를 둘러싼 담론, 우리에게는 익숙할까?

[활동가 스터디] 성매매를 둘러싼 담론, 우리에게는 익숙할까?

전혀 익숙하지 않다. 매번 새롭다. 늘 정신차리지 않으면 그 어떤 영역보다도 이원화된 성매매 담론의 복판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우리는 청소년지원시설이고 청소년들과 삶을 살아내고 있다. 청소년 성매매 피해의 실체를 미세한 부분까지 현미경처럼 볼 수밖에 없는 최전선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성매매 담론의 최전선과는 또다른 영역이어서 성매매 담론을 다룰 여력이 부족하기도 하다.

그래도 올해 여름과 가을, 우리 지원시설 활동가들이 용기도 내고 시간도 내고 의지도 내어서 성매매를 주제로 스터디를 시작했다. 크게 두 개의 텍스트를 읽고 발제하고 나누었다.

이하영, 성매매방지법 전후 시기의 반성매매운동과 성노동자운동 연구,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석사, 2009.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기획 및 김대현·김주희 외, 불처벌, 휴머니스트, 2022.

 

우리는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을까?

우선 성매매방지법 전후 시기의 반성매매운동과 성노동자운동 연구를 통해~

  1. ‘성매매는 성폭력’이라는 명제를 통해 젠더화된 섹슈얼리티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운동과 ‘노동으로서의 성매매’라는 명제를 강조하며 성매매와 연루된 각종 범죄 및 사회문제의 원인이 성매매의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 성매매에 대한 범죄화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운동들이 가진 강점과 한계를 짚어볼 수 있었다. 각 국가들은 성매매에 대해 어떤 금지/규제를 하고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었다.
  2. 성매매가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남성의 착취 문제만이 아니라 국제관계, 관광산업 자본의 이해, 제3세계 발전전략, 계급갈등에 의해 지배되는 산업임과 동시에 인종주의/민족주의/젠더 담론이 교차하는 이데올로기적 영역이라는 것. 각 지역의 특수한 성매매 현실과 성판매/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출 필요성이나, 성판매/여성들이 그 자체로 급진적이지도 해방적이지도 않다는 논점을 통해, 이원화된 극단적인 담론을 재평가할 수 있었다.
  3. 성매매는 억압적 행위이지만, 마치 상호적이고 자발적인 교환인 것처럼 동의의 외관을 띠고 조직되기 때문에 강간 등의 남성 폭력과 혼동하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 동의의 허구가 구성된 방식을 고려해야만 왜 성판매/여성들이 성매매를 하는지 설명할 수 있겠다는 것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
  4. 더불어 한국 성매매의 역사가 얼마나 독특하고 산업화되고 국가적 묵인 아래 조장되고 조직화 되었는지, 성매매 담론은 이러한 한국사회 현실에서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검토했다. 국가와 여성을 식민지화한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에도 식민주의가 군사주의로 확장한 가운데 권력형 성접대 안에서 여성들에게 같은 역할을 요구했던 한국사회의 맥락을 짚어 나갔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사회경제적 흐름이 어떻게 남성문화와 여성들의 빈곤 문제에 기반한 성매매와 연결되는지, 여성의 몸을 남성경제의 도구로 활용하는 맥락 등을 살펴보기도 했다.

 

불처벌12명의 글쓴이들의 독립적인 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제목들을 나열해 본다.

들어가며 _ 한국사회의 탈성매매를 위한 시작, 불처벌_황유나

1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현실

01 성매매 외에는 생계수단이 없다고 말한 죄_김주희

02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면 정말로 성매매가 근절될까_노혜진

03 성매매특별법 시대의 처벌은 누구를 향하는가_장다혜

04 성매매 여성은 왜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없는가_백소윤

 

2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해온 역사

05 달아나고 싸우는 여자들의 역사로 본 ‘분리된 세계_장원아

06 ‘선도’와 ‘격리’로 수행된 1960년대의 사회적 처벌_김대현

07 남성의 쾌락, 여성의 노동/범죄_박정미

 

3부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향한 문화정치

08 ‘개인의 선택’을 넘어 성매매의 정치경제적 조건을 묻는다_남승현

09 ‘성매매는 성폭력이다’ 그러나 그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_최별

10 착취는 어떻게 울타리 없는 여성의 협력을 이끌어내는가_민가영

11 성매매 여성을 동시대 시민으로 사유하기 위하여_유현미

 

나는 우리 사회가 성매매에 대한 기억을 삭제한 채 여성인권을 논해도 되는지 늘 되묻는다. 여성의 문제가 다양한 주변부의 문제들과 교차하고 경합하는 가장 첨예한 장이 성매매일 것이다. 불처벌의 글들은 자유주의적 담론과 피해자화 담론 사이에서 한국 성산업의 현실에 대한 통찰을 기반으로 여성주의 정치의 목소리를 내는 다양한 시도이다.

여성으로서의 억압은 주변화된 정체성과 계급까지 교차할 때, 그들의 목소리가 반란이 되고 변화를 이루기까지 수많은 장애물을 이중삼중으로 만나게 된다. 이럴 때 성매매에 대해 상호교차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만약 우리 사회가 사회에서 가장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여기서는 이를테면 성매매를 경험하는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세계를 재구성하고 다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면, 그 복합적이고 교차적인 이슈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비성매매경험 여성 혹은 남성성에 포섭되지 않아 차별받았던 남성들 또한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낙수효과).

가장 어렵고 복잡하지만 성매매 담론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복합적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걸음이다. 성매매 담론의 장에 한 걸음 다가온 우리 활동가들은 머리를 싸매고 어려웠어도 분명 흥미로웠다고 했다, ㅎㅎㅎ 환영합니다~! ଘ(੭ˊᵕˋ)੭* ੈ✩‧₊˚

  • 대문 사진 설명 : 블랙독(Black Dog) 은 검은 색을 가진 개의 입양을 기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의 편견이 부른 ‘소외’와 ‘차별’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맥락과 여성들의 경험을 담론으로써 다루기를 외면하는 현상과도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