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서울대 음대 C교수 성폭력사건, 국민참여재판 유죄판결을 환영하며

 

[논평] 서울대 음대 C교수 성폭력사건, 국민참여재판 유죄판결을 환영하며

 

 

2022년 12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형사부는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음대 C교수에 대하여 징역 1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수강명령을 선고했다. 12월 13일~14일 양일간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전원 만장일치의 결과이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평결서를 통해 ‘피해자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꾸며내기 어려운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여 신빙성이 높다고 보여지고, 무고 혹은 위증의 벌을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의 가능성이나 성적수치심을 감수하면서 무고를 할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며, ‘피고인의 강제추행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사건의 실체보다 피해자다움을 묻다

본 사건은 가해자측의 국민참여재판 요청으로 무려 2년만에 열렸다. 범죄사실이 일회성이고 극명한 사건의 특성상 성폭력 전담재판부에서 판단을 해주길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수와 제자라는 피-가해자간의 관계, 사건이 발생한 상황 및 피해자의 대처양상,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예술계의 특성, 이로 인해 문제제기 하기 어려웠던 피해자의 상황, 그럼에도 문제제기하고 고소를 하게 된 사회적 배경 및 과정, 피해자의 문제제기 후 가해자의 반응 등 통상 성폭력 사건 심리에서 중요한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된 이틀 중 겨우 몇십분에 불과했다.

가해자측은 자신의 우월한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획득할 수 있었던 피해자와 친구간의 사적인 대화, 십수명의 음악계 선후배의 진술서, 피해자의 경제적․사회적 상황 등을 파편처럼 조각내고 하나하나 물으며 ‘피해자다움’을 따졌고, 피해자를 합의금을 노리고 무고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데 집중했다. 제자인 피해자가 교수인 가해자에게 즉시 문제제기가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책임을 물으면서도, 피해자의 문제제기 후 가해자가 보낸 사과문자에 대해서는 “가해자 또한 문제제기를 받은 후 다양한 대응양상을 보일 수 있으니 ‘성인지감수성’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는 억측을 펼치도 했다.

가해자들의 대응전략이 된 국민참여재판

본 사건과 같이 최근 성폭력사건의 가해자들 커뮤니티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이 유리한 대응전략으로 공유되고 있다. 일반재판의 무죄율이 3.7%인데 반해 국민참여재판 무죄율은 47.8%에 달하여 도전해볼만한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법률가인 배심원들이 단시간에 증거조사를 통해 정확한 쟁점을 파악하거나, 증인 등 증거의 모순점을 찾아내기 어렵고, 일반시민으로서 가질 수 있는 성폭력에 대한 통념이나, 자신의 결정으로 가해자의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부담감 등이 무죄나 양형의 선처요소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민참여재판 진행이 불가피하다면 재판부는 공판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없도록 소송지휘권을 적극적으로 발휘하여야 함에도 그러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가해자측에서 증거조사 시 피해자 및 참고인들의 개인정보가 수회 노출됨에도 이를 위한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에서 피해자의 최종 진술이나 피해자변호사의 의견 진술권을 제한하기도 하였고, 이에 대해 피해자변호사의 적극적인 문제제기로 어렵사리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었다. 피해자의 보호에 태만한 재판부의 모습은 가해자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적극적으로 신청하는데 큰 몫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로부터 7, 비로소 피해를 인정받다.

피해자는 2015년 10월 18일 지도교수이던 가해자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 서울대 음대의 학장이며, 시향의 지휘자로서 영향력이 막강한 가해자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던 피해자는 가해자가 먼저 보내온 사과문자를 보고 실수가 아님을 알 수 있었으나, 먼저 문자를 보내온 것은 오히려 침묵을 강요하는 것만 같아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 2018년 미투운동은 피해자의 심경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오랜 시간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 하다 미투를 하는 피해자들처럼 피해자 또한 평생 피해상황과 심리적 고통을 잊지 못 할 것 같아 처음으로 피해사실을 이야기하며 문제제기를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7년, 피해자는 비로소 법원으로부터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피해자의 삶과 같았던 음악이 더 이상 일상이 되지 않고, 피해자가 사랑하고 존경하던 선후배나 친구들이 모두 권력에 따라 가해자측으로 돌아서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음악계나 사회적으로 고립이 되는 시간이었다.

지금도 문화예술계의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가진 지위와 권력으로 인해 자신의 피해경험을 드러내지 못 하고 있다. 권력형 성폭력 사건은 우월적 지위에 편중된 성별과 힘, 그 힘이 작동하는 방식과 구조, 그 구조에 편승하는 사람들의 인식 등이 변화될 때 비로소 예방될 것이다. 본 사건의 판결이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

천주교성폭력상담소는 우월적 지위로 인한 권력형성폭력의 근절 및 가해자 처벌을 위하여 날카롭게, 민감하게 지켜볼 것이다. 더불어 어렵게 자신의 경험을 비로소 드러낸 피해자와 피해자의 용기에 연대해주신 연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2022.12.15.

천주교성폭력상담소